지난해 11월 18일 오바마 방한에 맞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연행돼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 중 세 명의 정식 재판이 지난 9월 30일 열렸다.
당시 오바마가 방한했을 때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기자회견과 촛불문화제를 열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당시 경찰은 기자회견과 촛불문화제가 모두 “불법 집회”라며 참가자들 중 20명을 연행했다.
법원은 연행된 사람들에게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3백만 원의 벌금형을 약식명령했다.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람들 중 두 명은 올 6월 야간 집회시위 금지법이 위헌 판결을 받아 효력을 잃자, 사실상 재판이 중단됐다. 법원은 법이 개정된 후 재판을 속개하자고 했다.
야간 집회시위 금지법 위반죄로는 처벌할 수 없게 되자 검찰은 조성민, 천경록, 전종환 씨를 “해산 명령 불응죄”로 바꿔 기소했다. 공소를 취하해야 마땅한데도 말이다. 함께 연행된 박용석 씨의 경우에는 검사가 집시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취하했다.
검찰은 야간 집회시위 금지법이 무력해진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만회하고 운동을 공격하려 한다. 또한, 같은 날인 11월 18일 우익이 연 집회에 검찰이 보인 태도와도 완전히 대조된다. 그날 우익은 오바마 방한 환영·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찬성 집회를 열어 재파병에 반대하는 반전평화세력을 친북이라 비난하고 인공기를 불태우며 광분했었다. 그런데 검찰은 이들의 집회도 미신고 집회이긴 했으나 오바마를 환영하는 ‘축제’ 성격이 짙었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9월 30일 열린 재판에서 천경록 씨는 “해산명령의 근거가 미신고 집회라는 건데 미신고 집회가 된 것이 야간집회를 금지하기 때문이 아니냐? 따라서 해산 명령의 근거가 잘못돼 있으면 명령 자체도 잘못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이 재판을 맡은 소병진 판사는 “해산 명령이 잘못됐다고 해서 해산 명령에 불응한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며 피고인들을 공격했다. 소병진 판사는 〈레프트 21〉 판매로 벌금형을 받은 여섯 동지들의 재판에서도 피고인 김지태 씨의 모두진술을 거듭 제지하다 결국 퇴정 명령까지 내린 바 있다.
만약 이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해산 명령 불응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이것은 야간 집회시위 금지법 위헌 판결을 사실상 뒤집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더한층 옥죄는 판결이 될 것이다. 다음 재판은 10월 21일(목) 오후 4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408호에서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