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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용전략 2020’:
정부가 나쁜 일자리, 비정규직만 양산하려 한다

ⓒ이윤선

이명박 정부는 정규직과 강성노조가 “고용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저임금의 저질 일자리, 임시·단기 계약직을 늘리는 ‘국가고용전략 2020’을 발표했다. 파견근무, 2년 이상 비정규직 고용,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 삭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경제 위기의 제물로 바치겠다는 이명박의 선전포고다.

‘국가고용전략 2020’은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중요한 논점을 제기했다.

첫째는 고용난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간 임금 격차,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시장의 진정한 ‘이중구조’는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격차에 있다. 실제로 전체 노동자들의 소득 정도를 보여 주는 노동소득 분배율은 2006년 61.3퍼센트에서 2009년 60.6퍼센트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기업 경영진과 노동자 사이의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대기업 28곳의 경영진은 노동자들의 39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64배나 많은 보수를 챙겼다.

이중구조

이렇게 막대한 부를 빼앗아 간 기업주들을 제쳐 두고 정규직 노동자를 원흉으로 낙인찍는 것은 사태를 왜곡하는 것이다. 정부는 정규직 공격을 지렛대 삼아, 전체 노동자의 처지를 끌어내리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 한다. 노동운동 내에서 제기되는 ‘정규직 양보론’이 위험한 이유다.

진정 필요한 것은 전체 사회적 부에서 노동자의 몫을 확대하고, 정규직의 ‘고용·임금 경직성’을 전체 노동자들에게 확대하는 일이다.

둘째는 장시간 노동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부는 기업주들의 편의에 따라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하고,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자고 한다. 그러나 이런 노동시간 유연화는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대에만 일조할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임금·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정규직 일자리 증가를 강제할 수 있다. 그래야 한쪽에선 야간노동과 잔업·특근에 시달리고 다른 한쪽에선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쟁점은 어디에서 일자리를 늘릴 것인가다. 정부는 ‘민간과 지역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며 시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더구나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려 한다.

그러나 정부는 당장 공기업 정원 축소를 폐기하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기업주들에게 제공하는 세금감면과 4대강 사업에 퍼붓는 돈만으로도 이것이 가능하다.

노동운동은 ‘국가고용전략 2020’이라는 이명박의 대(對)노동계급 공세에 맞서 대중적 항의를 건설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삶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