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렸다. 대의원대회의 주요 쟁점은 6·2 지방선거 평가였다.
논쟁은 ‘오석순 비례후보 선본 평가서’를 자료집에서 삭제하자는 수정안을 두고 벌어졌다. 오석순 동지는 기륭전자 조합원으로 6년째 투쟁하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투사다.
오석순 비례후보 선본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의 선거 활동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평가서를 제출했다. 오석순 선본의 평가서는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반MB 민주연합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폭로했다.
“[6·2 지방선거는] 자주와 평등을 나아가 반제·반자본의 진보변혁을 바라는 입장에서는 신자유주의자들과의 동거라는 정말 찝찝하고 속이 상한 선거였다”,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자기당 후보 앞에서 시당 위원장과 시장 후보가 남의 당 선거운동원으로 열변을 토하는 기이한 사태는 민주노동당의 자화상을 잘 보여 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오석순 후보는 민주노총 후보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진보정당 분열의 최대 피해자, 민주노총의 무력과 관료적 경향에 의한 최대 피해자, 민주노동당 반MB 전략에 최대 피해를 감수한 서울지역 선거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서울시당은 오석순 선본의 물음에 진지하게 답해야 했다. 그것은 진보정당의 분열과 반MB 민주 연합에 실망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당은 핵심적 물음에 대답을 회피한 채 모호한 평가를 내놨다.
나는 얼마 전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을 만나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민주당의 한계는 모두가 알아요. 민주당이 비정규직법을 만든 당사자 아닙니까? 그것을 알기 때문에 진보정당 만들자고 한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생각이 희석된 것 같아요.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흡수지 연합이 아닙니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가 후보로 나왔는데 (민주당 선거운동을 하느라) 여기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죠” 하고 말했다.
나는 김소연 분회장의 말을 들으며 민주당이 만든 비정규직법으로 고통 받았던 이랜드 노동자, KTX 승무원 등을 떠올렸다. 민주노동당은 더는 자본가 정당을 지지하느라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염원을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