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국무회의는 아랍에미리트에 2년 동안 특전사 1백50여 명을 파병하기로 의결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말 핵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제기된 군사협력 약속이 파병 약속 아니냐는 의혹을 그동안 줄곧 부인해 왔다. 그래 놓고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비밀리에 파병을 준비해 온 것이다.
이미 지난해 11월과 12월 국방부장관 김태영은 비공개로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군사교류협력 협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방부는 양해각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전투 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 파병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는 안전한 지역이 아니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은 아랍에미리트를 높은 수준의 ‘테러 위험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의 페르시아 만과 인접해 있어 강대국들이 너도나도 진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역이다. 이미 10여 국가가 파병한 군인 3천여 명이 주둔 중이다.
지난해 한국과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인 프랑스는 이미 1995년에 아랍에미리트와 군사협력을 체결했고, 양국간 군사협정 비밀조항에는 ‘유사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랍에미리트를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르피가로〉 보도를 보면, “핵무기 사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핵발전소 수주 입찰 경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 줬다. 미국은 어느 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맞는지 계산기를 두드렸을 것이다.
한국이 수출한 핵발전소 원자로 APR1400 모델은 원천기술에 관한 권리 일부를 미국 방산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갖고 있다. 이 기업은 이번 핵발전소 수출에도 하도급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한국의 아랍에미리트 핵발전소 수출 건에 대한 허가·심의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미국은 최종 순간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을 비롯해 한미동맹 강화 전략을 구사하는 이명박 정부가 자국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중동은 몹시 불안정하다. 미국의 중동 패권 전략이 핵심 원인이다.
미국은 이란을 견제하려고 중동 지역 핵발전소 건설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친미 국가들은 미국의 용인 아래 핵발전소를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에 핵발전소를 수출한 정부가 특전사까지 파병하는 것은 중동의 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키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번 파병은 핵발전소 수출과 한 묶음이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군사력 증강을 통한 국력 신장’이라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국회의 동의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신속 파병이 가능한 신속파병부대를 창설하고, 유엔의 요청이 있으면 국회 동의 전에도 파병 준비를 시작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 이명박 정부는 이제 대놓고 무기 장사를 하겠다며 무기 수출국 세계 7위를 목표로 공세적인 파병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을 의결한 이번 국무회의는 소말리아에 파병한 청해부대의 파병 연장안도 의결했다.
이명박 정부가 아류 제국주의적 야욕을 펼치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한몫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아랍에미리트 특전사 파병 계획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