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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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동안 끈질기게 투쟁을 지속한 기륭전자,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승리는 노동자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에 모인 4만여 명의 노동자들은 잇따른 승리에 고무받아 이명박의 반노동 정책에 더 강력히 맞서자고 결의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점차 투쟁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판결 이후 조합원을 세 배나 늘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제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비정규직 3지회(울산, 전주, 아산)는 11월 12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파업을 앞두고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10월 30일 사측의 징계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1천5백여 명이 양재동 본사에 집결해 “불법파견 인정하고 정몽구가 나서라”고 외쳤고,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2천여 명이 사상 최대의 집단소송도 청구했다.
또, 탄압이 극심한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 지회장을 징계하려던 사측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징계위원회 장소를 봉쇄한 노동자들에 놀란 사측은 감봉 3개월 정도로 징계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저항과 성과가 이어지자, 사측은 울산공장의 “선봉부대” 중 하나인 시트사업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사측은 11월 15일자로 시트 1부 파견업체를 폐업 처리하고, 새로운 업체로 변경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도록 강요해 파견을 수용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울산공장 시트 1부 조합원들은 불법 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손민수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스스로 불법 파견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측이] 근로계약서를 원한다면 정몽구와 쓰겠다는 것입니다.”
현대차의 이번 도발은 아직 정규직의 연대가 미흡한 상황을 틈타 전투적 부위를 꺾고 12월로 예정된 파업의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는 근로계약서를 안 썼다는 이유로 시트사업부 조합원들이 해고되면 대의원·현장위원 들을 집결시키고 전 조합원 잔업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사측도 경비대와 관리자를 동원해 어떻게든 막아설 것이고, 우리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워야 할 문제입니다.” 4공장의 한 비정규직 조합원은 잔업거부를 다짐하며 말했다.
또 다른 비정규직 조합원은 정규직 활동가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트 투쟁에 연대하고 방어해야 합니다. [정규직] 현장조직들이 수수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전초전
울산 공장의 정규직 활동가들은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더 많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투쟁을 엄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점에서,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이경훈 지부장이 ‘시트 투쟁의 추이를 지켜보고 중재하는 역할 정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말한 것은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재가 아니라 연대 건설이다.
많은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정규직 연대가 관건”이라고 지적하듯이, 정규직 노조와 노동자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사측이 비정규직의 파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정규직 투사들의 구실이 중요하다. 정규직 투사들은 더 많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런 지지가 커지면 그만큼 정규직 노조 지도부에게 가해지는 압력도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런 투쟁 속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을 하나의 노조로 묶는 1사1노조도 추진돼야 한다.
한편, 금속노조는 11월 22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3지회 투쟁 승리를 위해 총력 투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특별 결의를 하기로 했다.
또 11월 말부터 12월 초 사이에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울산에서 열고, 시민사회 단체와 공동으로 농성에 돌입키로 했다.
이런 계획이 현실이 되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고 사측을 압박할 수단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하는 광범하고 폭넓은 공동전선도 건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