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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말살 위원장’ 현병철은 물러나라

이명박 정권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가 “파행과 왜곡의 길을 거쳐 고사의 단계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국가인권위 문경란 상임위원이 유남영 상임위원과 함께 상임위원직을 사퇴하면서 한 말이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데다 한나라당 추천한 인사로서 보수에 더 가까운 문경란 상임위원의 자진사퇴는 국가인권위가 갈 때까지 갔다는 걸 보여 준다.

이 일이 있은 후 63개 인권·사회단체는 국가인권위를 비민주적으로 운영하며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만 해 온 위원장 현병철의 사퇴를 촉구하며 국가인권위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권력의 눈치만 보는 인권위원장은 필요없다.

국가인권위는 인권·시민단체들의 강력한 요구와 투쟁 끝에 9년 전에 만들어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며 인권·노동권을 짓밟았고, 그것을 가리는 포장지로 국가인권위를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차별금지법안 제출 등 민주화 운동의 오랜 열망 중 일부를 사업에 반영하자, 보수우익은 국가인권위를 눈엣가시로 여겼다. 이들을 권력기반으로 당선한 이명박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편입해 무력화하려 했다.

인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것이 실패하자, 조직을 축소하고 위원장, 상임위원들을 물갈이 해 그 기능을 마비시켰다. 이 와중에 위원장으로 임명된 현병철은 인권 운동은 고사하고 인권 관련 논문 한 편 써 본 적도 없는 자였다.

현병철 취임 이후 국가인권위는 철저히 망가져 왔다. MBC 〈PD수첩〉 기소, 미네르바 사건, 용산 철거민 학살, 민간인 사찰, 양천경찰서 고문사건 등이 벌어지며 인권이 짓밟히는데도 국가인권위는 침묵을 지켰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나온 올바른 결정들도 사회적 압력을 받은 몇몇 상임위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마저 못마땅하게 여긴 현병철은 “독재라 해도 어쩔 수 없다”며 비민주적 운영을 계속해 왔고 상임위원회마저 무력하게 만들고자 운영규칙을 개악하려 했다.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서 억압과 차별에 분노하는 대중의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던 국가인권위가 기득권 세력의 압박 속에 고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후퇴한다면 권력자들의 인권 침해를 정당화해 주는 ‘알리바이 기구’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따라서 현병철 사퇴와 투명하고 민주적인 인선 절차 마련을 위한 인권위법 개정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현병철뿐 아니라 인권과 거리가 먼 자들은 모두 국가인권위에서 물러나야 하며, 어떤 압력을 받아도 독립적으로 인권을 보장하는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역량을 모아서 노동자·민중의 인권을 압살하는 이명박 정권의 반인권 정책을 끝장내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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