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시기 노동자 투쟁이 승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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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4만여 명이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워 조직 노동계급의 건재를 과시했다.
올해 매출액 상위 1천개 기업의 평균 연봉은 4.7퍼센트 인상됐다. 2009년에 평균 임금의 0.6퍼센트를 삭감했던 것에 대면, 여기서도 전진이 있었다.
민주노조의 근간을 흔들고자 했던 타임오프도 기층 현장에서 상당 부분 막아냈다. 금속노조 1백31개 작업장 중 1백26개(96.2퍼센트) 작업장이 정부의 타임오프 공세를 무력화했다.
기륭전자·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승리와 현대차 사내하청,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급속하게 대거 노조로 조직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물론, 올해의 투쟁 양상은 불균등하다. 일부 작업장에서는 투쟁이 승리를 거뒀지만, 다른 작업장에서는 투쟁이 무기력하게 끝나거나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올해 이명박 정부는 잘 조직된 노동계급 부문에 대한 공격을 전면화하지 못했다. 조직 노동계급의 저항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복지(기초노령연금 삭감, 극빈층 양곡지원 축소 등)를 공격했다. 곧, 외곽을 때리며 본격적인 전투를 준비하려 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레임덕에 빠져드는 정부의 이런 공격은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불안정하긴 하지만 경기 회복도 노동자들의 사기를 회복시키는 데 영향을 줬다. 잘 조직된 주요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등을 따냈고, 이에 자극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투쟁과 조직화에 나섰다.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와 진보교육감들의 당선도 노동자들을 고무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최근의 성과들이 나타난 것이다.
공격
그러나 최근 유로존의 재정 위기,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에서 드러난 것처럼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크고,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도 여전하다. 따라서 2011년에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 이명박 정부는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격은 프랑스나 그리스처럼 강력한 노동자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사장들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먼저, 이명박 정부의 탄압이 너무나 강력해서 ‘싸워도 승리할 수 없다’는 비관주의를 걷어내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이 오히려 정부의 취약성을 반영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기륭전자,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는 이 점을 보여 줬다.
둘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많은 투쟁들은 불가피하게 정치적 쟁점을 제기한다. 노동자들도 고통을 분담하고 일정하게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양보론은 지금의 위기를 낳은 장본인들을 구하려고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또, 때때로 전 사회적 정치 쟁점이 노동계급의 사기와 투쟁에 영향을 미친다. 올 봄에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이용해 사회적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노동자 투쟁을 억누르려 했듯이 말이다.
노동자들의 전투성을 끌어 올리려면 이런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효과적으로 분쇄해야 한다.
셋째, 경제 위기 상황에선 예컨대 쌍용차처럼 특정 작업장의 투쟁이 전국적 투쟁의 초점이 되곤 한다. 이때 지배계급은 한 부문의 투쟁을 확실하게 짓밟아 본보기로 삼기 위해 모든 수단(경찰, 검찰, 법원, 보수언론 등)을 집중해 공격한다. 이때 우리 측의 대응도 당연히 전 계급적 방식, 즉 전국적 노동자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반기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필요한 것도 이것이다.
마지막으로 좌파는 진보진영 내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계급연합(반MB 민주연합)에 맞서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을 일관되게 옹호해야 한다.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지배계급 일부에 기반을 둔 민주당과의 계급연합을 추구하며 투쟁의 발목을 잡는 해악적 구실을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이 KEC 점거파업의 중재자로 나서서 투쟁 전선에 찬 물을 끼얹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지도부와 민주노총·금속노조 지도부는 사실상 민주당을 추수했고, 결국 별 성과 없이 점거농성을 해제한 바 있다.
좌파는 개혁주의자 지도자들의 이런 한계를 비판하면서 노동계급의 독립적인 투쟁을 일관되게 옹호해야 한다. 물론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이끄는 운동에 개입하는 자세로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