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그룹을 상대로 끈질기게 투쟁한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이 소중한 승리를 쟁취했다. 노동조합 설립 후 5년,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 노숙농성을 전개한 지 1백13일 만이다.
노동자들은 해고자 9명 전원 복직, 일시금 일인당 1천만 원 지급, 고소고발 취하, 금속노조 조합 활동 인정 등을 얻어냈다. 핵심 요구들을 거의 대부분 쟁취한 것이다.
기륭전자 분회에 이은 동희오토 지회의 통쾌한 승리는 비정규직 투쟁 작업장 노동자들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것이다.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에 참가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투쟁하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을 보고 힘을 얻었고 승리 소식에 기뻐했다.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의 생산직 9백 명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하청업체 17곳에 소속돼 있다. 동희오토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저임금과 살인적인 노동강도 때문에 평균 근속년수가 1년밖에 안 되는 ‘절망의 공장’이었다.
이런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고자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거나 노동강도 강화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은 하청업체를 폐업하는 방식으로 해고됐다. 지금까지 1백여 명이 해고됐다. 현대기아차는 자신들과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 일이라며 교섭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양재동 본사 앞에서 끈질기게 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이것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니까 결국 뒤로 물러선 것이다.
동희오토 이백윤 지회장은 “원청을 상대로 싸워서 승리한 것은 현대기아차 원청이 [동희오토 비정규직의] 사용자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입증했다” 하고 말했다.
동희오토 노동자들과 진보정당·민주노총 서울본부, 그리고 수많은 사회·학생 단체 등은 용역을 동원한 집회 방해, 고소고발 등 모진 탄압을 견뎌내며 농성을 지속해 지지 여론을 형성했다.
“공동농성단이 함께 투쟁하지 않았다면 승리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공동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백윤 지회장의 말이다.
사측은 동희오토 투쟁이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과 결합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더불어 이명박은 G20 기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며, 현장으로 돌아가 노조를 재건하는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동희오토의 투사들은 “현장 노동자들을 조직해 기아자동차 정규직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