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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 투쟁:
점거는 풀었지만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금속노조가 11월 11일 KEC 투쟁 지원을 위한 4시간 파업을 한다.

KEC 노동자들은 악랄한 노조탄압의 대명사가 된 “KEC 사측 뒤에 이명박 정부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폭로된 정황을 봐도, 이명박 정부의 경찰과 사측은 김준일 지부장의 분신 사태를 낳은 ‘짬짜미 검거작전’까지 펼쳤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기 위해 노조 탄압을 지속해 왔고, 특히 영남지역의 노조들을 집중 공격해 왔다. KEC지회는 바로 그 표적의 일부였다. 발레오만도, 대림자동차, 상신브레이크 등에서 노조 탄압, 직장폐쇄, 민주노총 탈퇴 기도가 이어졌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탄압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금속노조의 연대파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윤선

다만, 유감스럽게도 금속노조·민주노총 지도부는 연대파업에 앞서서 민주당과 공조해 KEC 점거농성을 해제시키며 연대파업의 동력을 가라앉히는 잘못을 범했다. 민주당이 민주노총·진보정당 지도부에게 타협의 압력을 가하고, 민주노총·진보정당 지도자들이 KEC 노동자들을 ‘설득’해서 점거를 끝내게 만든 것이다.

당시 KEC 점거파업은 투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었다.

분신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졌고, 공장 점거파업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었다. 젊은 여성 노동자들의 용기있는 행동은 많은 노동자들을 자극했고,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이명박의 오찬 초청을 거부하게 하고 금속노조 지도부로 하여금 파업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때마침 기륭전자와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승리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투쟁 분위기는 더 고조됐다. 이런 힘과 열기를 바탕으로 투쟁을 확대하고 정부를 압박할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결정적인 국면에서 민주당과 민주당을 추수하는 민주노총·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사태를 그르쳤다.

KEC 투쟁에 연대해 온 쌍용차지부 신동기 조합원은 이런 ‘중재’를 비판했다.

“지난해 쌍용차 파업 때도 추미애가 공장 안에 들어와 농성해제를 요구했어요. 민주당은 이번에도 똑같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KEC지회 한소정 부지회장도 경찰에 연행되기 직전 〈레프트21〉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농성을 풀게 돼서 착찹한 심정입니다. 우리 스스로 농성 해제를 수용하게 됐지만, [공장 밖으로] 나가기도 뭐하고 버티기도 뭐한 상황이에요.”

KEC 점거농성 해제로 사측과 정부는 한숨 돌릴 시간을 벌었다. 농성 해제 뒤 교섭은 계속되고 있지만, 사측은 시간만 끌며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공장 안의 노동자들에게 “파업 조합원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서명까지 강요하며 이간질을 시도하고 있다.

경찰도 마지막까지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조 간부 네 명을 구속했다.

그럼에도 지금 KEC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측에 맞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11일 연대파업 이후에도 KEC 투쟁에 대한 연대를 지속·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