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11월 17일):
2·3공장으로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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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파업 3일째 11월 17일 현재, 울산 1공장을 점거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굳건하게 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나아가 파업은 1공장을 넘어서 2·3공장으로 확대되고 있고, 노동자들의 투지와 자신감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어제(16일) 오후 1공장을 점거하던 비정규직 조합원 1천여 명 중, 2·3공장 소속 조합원 5백여 명이 ‘현장 투쟁’을 결의하며 1공장을 나갔다. 이것은 투쟁을 전체 공장으로 확산하기 위한 결단이었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비정규직 지회 쟁대위도 장시간 토론해야 했다.
결국 결정에 따라 2·3공장의 야간조 조합원들은 자신의 소속 부서로 돌아가 일을 했다. 그리고 야간 일을 마치고는 퇴근하지 않고 주간조 조합원들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마침내 17일 아침, 주간조 조합원들이 출근하면서 예고된 ‘현장투쟁’이 시작됐다. 2·3공장 조합원들은 순식간에 라인을 끊고 대체인력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2·3공장의 정규직 활동가 수십 명도 이 투쟁에 동참하고 투쟁을 지원했다.
사측의 대비도 만만찮았다. 사측은 투쟁의 확산과 점거를 막기 위해 출입문을 최소화하고 관리자와 용역을 집중 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이미 각 공장의 노동자들이 점거할 만한 곳은 아예 용접을 해 버린 상황이었다. 2공장에만 5백여 명, 3공장에도 3~4백여 명의 관리자가 배치됐다.
그러나 사측의 이러한 준비도 노동자들의 기세를 꺾을 수는 없었다. 17일 오전 2공장 전체가 멈췄고, 3공장도 한때 전체가 멈췄다. 이렇듯 시트1부 투쟁으로 시작한 투쟁이 울산 1공장 점거농성을 넘어서 2·3공장 파업으로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단결된 힘을 만끽했다.
투쟁에 참가한 3공장 비정규직 조합원은 이렇게 전했다.
“사측 관리자와 용역 들이 어제 저녁부터 주요 출입문을 용접하고 통제한다는 소식에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긴장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9시 15분쯤 주야간조가 집결해 3공장 1라인을 순회하면서 대체인력을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라인을 점거했습니다. 이 때문에 30분 동안 3공장이 멈췄습니다.
“애초에는 3공장 2라인까지 대체인력을 몰아낼 계획은 없었는데, 투쟁의 자신감이 붙은 조합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연스레 2라인까지 순회하면서 대체인력을 밀어냈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정규직 대의원과 활동가들이 적극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담당 정규직 대의원이 앞장서고 대의원 대표와 현장위원들이 라인을 순회하면서 대체인력을 밀어냈습니다.
“그래서 예상보다 훨씬 쉽게 라인을 점거하고 3공장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정규직 대의원과 활동가들은 현장위원까지 소집해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환호
2·3공장 조합원들의 투쟁 소식이 1공장 농성장에 전해지자, 5백여 명의 노동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한편으로는 사측의 폭력에 부상한 동료들을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1공장을 넘어서 2·3공장으로 투쟁이 확산된 것에 뛸 듯이 기뻐했다.
한 노동자는 환호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말 기분이 좋다. 농성장을 지키려고 며칠간 긴장하며 보초 서느라 힘들었는데, 피로가 확 풀리는 소식이다. 오늘 아침 정규직 친구로부터 ‘걱정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떠냐’는 전화를 받아서 착잡했는데, 지금은 이런 생각이 모두 사라지고 날아갈 듯이 기쁘다. 힘이 부쩍 난다.”
어제(16일) 1공장 진입 과정에서 관리자와 용역 들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4공장 조합원도 “너무 고무적이다. 최대한 빨리 몸을 추슬려서 투쟁에 결합하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공장을 점거한 한 조합원은 흥분된 목소리로 기자에게 소식을 전했다.
“우리 조합원 3백여 명이 5백여 명의 관리자와 용역, 그리고 대체인력을 모두 몰아내고 본관 앞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2공장에서 성공적으로 대체인력을 몰아내고 점거에 성공한 노동자들은 본관 앞에서 1공장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사측 관리자들의 저지선에 막혀 1공장까지는 못 왔지만, 그 인근에서 기세등등하게 집회를 개최하고 성공적인 투쟁을 보고하며 서로 자신감을 고무했다.
한편, 현대차 사측은 너무나도 정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자비한 폭력으로 짓밟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2·3공장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사측의 폭력에 부상당해 병원에 실려 갔고, 1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나 사측의 이러한 폭력도 노동자들의 투지를 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시트1부 농성 과정에서 연행된 노동자 49명이 어젯밤에 전원 석방됐고, 이들은 석방되자마자 속속들이 1공장 점거농성장으로 다시 집결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직 연대가 계속 늘어나다
점심 식사 직전에, 정규직 1공장 정규직 대의원 대표와 5공장 정규직 대의원 대표와 대의원들이 1공장 점거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다. 1공장 대의원 대표는 확고한 투쟁 지지 입장을 밝혔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현대차[정규직]지부가 이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압박하겠습니다.”
1공장 대의원 대표의 연대 발언에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커다란 박수로 화답했다. 공장 천장이 울릴 정도였다. 조합원들은 연대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4공장에서도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4공장 정규직 노동자이면서 누구보다 앞장서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고 있는 정동석 동지가 고무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오늘 오전 차체과 보고대회에 정규직 조합원 60퍼센트 정도가 참가했는데, 어제(16일) 1공장 점거 농성장을 지지 방문했던 대의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상황을 알리고 지지·연대를 호소했어요. 그리고 대의원회에서 1공장 농성장에 식품 등 물품 지원을 아낌없이 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렸죠.
“보고대회를 마친 4공장 현장위원들 사이에서 투쟁 지원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습니다. 한 현장위원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매일 지급되는 컵라면을 모아서 전달하자’는 의견을 냈고, 다른 현장위원은 ‘대의원과 현장위원이 투쟁 기금을 모아서 전달하자’고 제안했어요.
“현장위원들은 즉시 대의원들에게 이런 제안들을 전달했고, 오늘 오후에 현장위원 총회에서 구체적 방안을 결정하고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소식지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촉구하고 비정규직 파업에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식지에 실린 이경훈 지부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식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강공 드라이브를 건다면 자충수를 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대단히 아쉽다.
이경훈 지부장은 이런 말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지에 김을 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이경훈 지부장은 지금 시작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받아 안고 더욱 확대시키는 노력을 보여 줘야 한다.
한편, 사측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비정규직 농성자들이 공장 시설물과 부품을 훼손하고 있다고 거짓 선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노동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1공장 라인에 세워진 자동차는 흠집 하나 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이런 거짓말은 정규직으로 연대가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사측의 군색한 처지를 보여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