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이하 사과대) 학생회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무빙애플’ 선본이 7표 차로 아쉽게 낙선했다(544표). ‘무빙애플’ 선본의 성지현 정후보는 올해 진보 성향의 이화여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좌파 활동가고, 권유경 부후보도 한국여성민우회 같은 진보적인 여성단체와 봉사 동아리 등에서 활동해 왔다.
사과대에서 진보 선본이 출마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없던 일이다. 그런데 후보들이 진보적 공약을 중심으로 지지를 호소하자 25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선본에 참가했다.
‘무빙애플’은 사회운동에 연대하는 학생회, 교수 확충, 등록금 인하, 경쟁 심화 반대, G20 반대 행동 등 상대선본(‘풋사과’)과 차별되는 공약을 내세웠다. 선본 차원에서 G20 항의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두 선본 사이에서 가장 큰 쟁점은 대형강의 해결 방식과 학생회의 사회운동 참여 문제였다.
학교 측은 사과대 경제학과에 콩나물 강의실이 늘어나자 학생들이 경제학과로 전과할 수 있는 학점제한 기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풋사과’ 선본은 이를 지지했다.
‘무빙애플’ 선본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과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아 학생들을 분열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교수 충원과 강의 확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회의 진보적 사회운동 참여 문제도 논쟁이 됐다. 하지만 “사회는 시끄러운데 사회대 학생회는 조용”했다는 ‘무빙애플’의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많았다.
‘풋사과’ 선본이 지난 5년 동안 사과대 학생회를 운영했고 학내 복지 개선 요구 집회에 학생들을 많이 조직하는 등 학생회를 무난하게 운영해 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빙애플’이 7표 차로 낙선한 것은 진보적 주장이 꽤 지지를 얻었음을 보여 준다.
다만, 성지현 후보가 학내 미화노동자 투쟁 조직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부각하지 않은 점과 선본 이름이 진보적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해 이름만으론 두 선본을 구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약 이런 점이 보완됐다면 진보적 학생들의 표 결집력이 더 높아져 7표 차를 뛰어넘었을 수도 있었을 성 싶다.
‘무빙애플’로 의기투합한 학생들이 선거 이후에도 진보적 운동을 건설하면서 착실하게 기반을 쌓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