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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지도부 선거:
범좌파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전교조 15대 임원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위원장 선거와 7곳의 지부장 선거(14대 선거보다 세 배 이상)가 경선이다.

이번 선거는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일정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치러진다. 여러 후보들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드러내며 진보교육감 시대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동시에 많은 후보들은 ‘위기’를 말하고 있다. 정부의 집중 탄압 속에서 전교조 활동이 위축되고 지회·분회 조직이 약화되고 조합원 수도 줄었다. 체제의 경쟁법칙에 종속된 교육제도에 도전하는 만만찮은 과제 속에서 적잖은 경험 있는 활동가들이 지치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그래서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형성된 기대는 곧장 투쟁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2010년 5월 16일 전교조 창립 21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 전교조 조합원들의 교육개혁 열망을 모아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첨예

이런 모순적 현실을 반영하듯, 이번 선거에서도 운동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다.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기호 1번 진영효-박옥주 후보 등 범좌파 진영(이영주 서울지부장 후보를 비롯해 전국 11곳의 지부 임원선거에 출마)은 진보교육감이 당선하고 정부의 위기가 심각한 지금이 “투쟁성을 회복할 기회”라며 교원평가, 교육과정, 일제고사 등에 맞선 저항을 강조한다.

반대로, 기호 2번 장석웅-박미자 후보는 매우 온건한 개혁주의를 표방한다. 진보교육감 등과 협의 가능한 수준의 개혁을 위해 투쟁과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석웅 선본은 “너무 정치적이고 과격”한 “대정부 강경 투쟁”이 전교조를 고립시켰다며, 혁신학교, 교육복지 확대 등 “실현 가능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정부 정치투쟁이 전교조를 고립시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이것은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넓히고] 진보교육감의 출범을 가능하게”(진영효 선본) 했다.

실제로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진행된 일제고사·경쟁교육 반대 투쟁, 시국선언 등은 대중적 교육개혁 열망과 전교조에 대한 지지를 확대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 극복 명분으로 복지를 축소하고 교원 구조조정과 경쟁교육을 강화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혁신학교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진영효 후보는 이렇게 말한다. “아쉽게도 정진후 지도부는 중요한 현안 투쟁을 개인 교사들에게 떠넘겨 왔습니다. 이것은 [교사들의] 기를 꺾어 왔습니다. 새 지도부는 정부에 도전해 전국적 투쟁을 주도해야 합니다.”

특히 이번 선거의 중요한 쟁점은 진보교육감을 대하는 태도다.

장석웅 선본은 운동 건설보다 진보교육감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를 강조한다. 이 선본을 구성한 ‘현장모임연석회의’는 〈진보교육시대〉 창간호에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전교조는 네이스 투쟁, 교원평가 투쟁으로 노무현 정부와 4년간 적대적 관계 속에서 보내는 우를 범했다. … 진보교육감 벨트 형성은 중요한 기회다. 이 기회를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처럼 만들어서 다시 공멸하는 길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장석웅 선본이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교원권리 주장이 “이기적”이라며, ‘사회적 협의’를 위해 운동의 요구를 낮추자는 데 있다. 예컨대, 장석웅 선본은 ‘교원평가 폐지’ 요구가 “부차적”이며, 이것을 고집하면 민주·진보진영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진보교육감

그러나 이런 태도는 더 큰 단결은커녕, 오히려 우리 내부의 분열만 낳고 투쟁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진후 현 집행부가 교원평가 반대 투쟁 전선에서 후퇴해 민주당 등과 함께하는 ‘6자 협의체’ 참여를 제안한 것이 내분과 혼란을 야기하고 운동의 동력을 약화시켰던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일부 진보교육감들은 정부와 보수 언론의 압력에 직면해 정부 정책에 도전하길 주저하고 있다. 이런 태도를 무비판적으로 추수하면, 조합원들의 수동성과 낙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진영효 선본이 제시한 것처럼, 진보교육감과 ‘협력과 견제’를 통해 투쟁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옳다. 진보교육감이 정부 정책에 맞설 때 그를 지지해 함께 싸우고, 동요하는 행보를 할 때 비판과 독립적 행동을 해야 한다. 이것이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열린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길이고,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북돋으며 투쟁을 확대·강화하는 길이다.

한편, 진영효 선본이 교육개혁을 위한 대정부 정치투쟁을 강조하면서도, 진보정당 후원, 시국선언 등 교육영역을 넘어선 ‘정치 활동 자유’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쉽다. 그동안 더 넓은 정치운동과의 결합이 전교조의 운동을 강화시켜 온 데다, 정부가 그것을 표적 삼아 탄압하고 있어 더 그렇다.

그럼에도 진영효 선본 등이 좌파적 주장과 실천을 강조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부문 공격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교사들은 범좌파 후보들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좌파 지도부 당선이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이명박의 경쟁교육에 맞서 더 강력히 싸우자는 목소리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확대돼 온 광범한 교육개혁 열망 덕분에 교사들도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 속에서도 교사 3만 5천여 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한 것은 켜켜이 쌓여가는 분노와 정부의 정치 위기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좌파 활동가들은 인내심을 갖고 정부에 맞서며, 기층에서 투쟁의 정당성과 정치적 확신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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