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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현장 취재(11월 24일-25일):
타협을 거부하고 투쟁 지속을 결의하다

점거파업 열흘째인 24일 밤 울산1공장 보고대회는 현대차 사측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사측은 “농성을 해제하는 것을 조건으로 동성기업 해고자들의 고용승계는 지부와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회사의 제안에 대해 “회사가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했다.

“회사는 예전처럼 우리를 탄압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2006년에 점거를 해제하면 대화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점거를 푸니까 대화는커녕 해고·징계가 장난 아니었다. 지금 또 그렇게 하고 있다.”

노동자 대부분은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형사상 책임을 농성자 개인들에게 묻겠다는 사측의 협박성 선무방송에도 노동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잠만 잘 잔다”고 한다.

사측은 “전 국민이 불법파업을 우려하고 있다”고 호도했지만 하루 만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울산사회조사연구소’가 울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현대차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73.9퍼센트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동자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만족했다.

24일 점심시간에는 1공장 정규직들이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연대 집회를 열었다. 공장 한 바퀴를 돌면서 외치는 구호 소리가 쩌렁쩌렁했다. 농성장 노동자들도 구호로 화답하며 ‘노동자는 하나’임을 온몸으로 느꼈다.

농성자들은 물심양면으로 연대하는 1공장 정규직 활동가들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11월 27일 결혼하는 1공장 정규직 박성락 대의원이 휴가를 떠나며 “신혼여행 갔다 온 후에도 함께 투쟁하겠다”고 인사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로 답하며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진행된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의 하루 파업과 4천여 명이 참가한 금속노조 전국 집중 결의대회가 농성자들의 힘을 북돋았다.

칼자루

한편, 점거파업 11일째인 25일에는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비정규직 3지회 대표들이 논의한 소위 ‘3주체 요구안’ 때문에 농성장이 하루 종일 혼란스러웠다.

이 요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농성장 비정규직 고소고발·손해배상·치료비 등 해결, 농성에 결합하고 있는 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 조합원 고용보장, 비정규지회 지도부 사내 신변보장,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 등이다.

이 안은 사실상 교섭을 전제로 점거파업을 해제하자는 내용이다. 이 안대로 하면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요구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점거파업을 끝낸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찬 바닥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파업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아마도 이 안을 가장 강력히 내세우며 비정규직 3지회 대표들을 압박했을 현대차지부 이경훈 위원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도 이런 안을 내놓은 것에는 책임이 있고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이 안은 곧바로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과 비판에 직면했다. 노동자들은 ‘우리가 이 따위 내용은 받고 끝내려고 점거를 시작한 줄 아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성토했다.

4공장의 한 노동자는 요구안을 이렇게 평가했다.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이라는 말이 어렵고 애매하다. 적어도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해 교섭한다는 정도는 요구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서도 틀렸다. 제일 중요한 불법파견 정규직화 문제가 맨 앞에 나와야 한다”

공장 밖에서 투쟁하는 동성기업 소속 김응효 조합원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요구안을 보고는 열 받았다. 시트사업부는 노예계약을 거부한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이지 다시 업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 400여명은 25일 남구 삼산동 근로자복지회관에 모여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파업 관련 3주체 요구안’에 대해 찬반토론을 진행하고 이 요구안을 찢어버리고 있다

이런 반발 속에 다행히 25일 밤 울산과 아산의 비정규직지회는 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전주 비정규직지회 쟁대위가 표결을 통해 이 안을 통과시킨 것은 우려스럽다. 전주는 정규직 노조의 연대가 가장 강력한 곳이다. 전주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는 원칙을 잃지말고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연대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울산 1공장의 노동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금속노조 박유기 지도부와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도부는 더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타협 압력을 넣으며 중재자 구실을 하지 말아야 한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연대 파업 일정을 흔들림없이 단호하게 추진해야 한다.

한편, 11월 29일(월) 현대차 정규직 대의원대회를 3일 앞두고 정규직 활동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경훈 지부장이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 계획을 그대로 수행하지는 않고 조합원 총회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대의원·현장위원들은 “지금은 실천하고 행동해야 할 때”임을 촉구하며 “(금속노조 대의원들이) 압도적으로 결정한 연대 투쟁·연대 파업의 가장 최전선에서 싸워야 한다”는 내용의 연서명을 받고 있다. 벌써 대의원 4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고, 연대 투쟁·연대 파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3주체 요구안’을 거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 안은 쓰레기다”

25일 오후,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 4백여 명이 울산 남구 삼산동 근로자복지회관에 모였다. 여기서 3주체(금속노조·현대차지부·비정규직 3지회)가 논의한 요구안이 발표됐고,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분통을 터뜨리며 더 단호한 투쟁을 촉구했다.

동성기업 소속 김응효 조합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조합원들의 의견은 ‘이 안은 쓰레기’라는 것이다. 우리는 직영이 되지 않는 한 절대 투쟁을 접지 않겠다. 이 땅의 비정규직이 없어질 때까지 노동운동 중심인 울산에서 투쟁의 구심을 만들겠다. 이 안을 우리 모두 폐기합시다!”

조합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고,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2공장 우상수 조합원이 말했다.

“3주체 안은 잘못된 것이다. 집행부와 쟁대위가 잘못 판단했다면 가르쳐 주면 된다. 이 안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쟁대위에 요구하자. 쟁대위 잘못을 바로 잡고 파업을 사수하는 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정우영 조합원은 다른 공장 라인을 세우는 투쟁을 제안했다.

“금속 대의원대회에 참가해 계속 절을 했다. 연대해 달라는 것도 있었지만, 우리의 의지도 보여 주기 위해 절을 했던 것이다. 그 의지 때문에라도 금속 대의원의 75.3퍼센트가 연대 파업을 결정했다. 전국 15만 금속노동자들이 우리의 투쟁을 지켜보고 있다.

“2공장이든 3공장이든 4공장이든 우리는 다시 세워야 한다. 2공장 들어가려다 연행돼 이틀간 유치장에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한 발짝 물러서면 벼랑 끝이다. 우리가 밀리면 2005년, 2006년 투쟁 때처럼 지는 것이다.

‘1공장 동지들에게는 한 끼 밥보다도 우리가 라인을 끊는 것이 더욱 힘나는 일일 것이다. 지도부가 [한발] 물러서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깨지더라도 다시 라인을 세우고 투쟁하자. 이런 안은 필요 없다. 투쟁! 투쟁! 결사 투쟁!”

조합원은 큰 박수를 치며 ‘투쟁’을 외쳤다. 계속 투쟁하자는 목소리는 남녀노소를 떠나 똑같았다.

도장부의 오왕숙 여성 조합원은 “나는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그래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집회에 나간다. 정년이 얼마 안 남았지만,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투쟁하자. 나는 비정규직이지만 내 자식에게만은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말아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투쟁 건설에 앞장서기보다는 중재에 나선 현대차지부와 금속노조 지도부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왔다. 5공장 해고자인 이상록 조합원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측은 그렇다 치고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는 왜 그런가? 민주노조가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할 거냐 말 거냐’ 하는 것 자체가 노조에 위기가 왔다는 것이다.

“지회장과 쟁대위가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합원들이 정정하자. 우리 뜻을 따르게 하자.”

조합원들은 찬반 토론 후 배포된 요구안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다시 생산 타격 투쟁을 결의했다.

이런 거센 반발 때문에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쟁대위는 3주체 합의 요구안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