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KEC 노동자들이 말한다:
“점거를 풀고 협상하라는 압력을 넣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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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전제로 점거 농성을 해제해야 하는가?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이 이런 압박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하고 있고,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도 중간에서 그것을 묵인·방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협상을 전제로 점거 파업을 끝내는 것은 우리의 무덤을 파는 일이다.
이것은 2009년 쌍용차 점거파업과 올해 KEC 점거파업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이 두 작업장의 전투적 활동가들은 “점거파업 무기를 내려놔선 안 된다”고 힘줘 말한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양형근 대외협력실장은 점거파업 해제를 압박하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비판했다.
“쌍용차 파업 때도 금속노조가 ‘무급 휴직’ 등 양보안을 갖고 와서 [점거파업하던] 우리를 압박했습니다. 정부와 경찰이 우리를 옥죄고 있을 때, 운동진영도 ‘중재’로 우리를 압박했어요.
“현장에선 엄청 반발했습니다. 우리의 요구가 정당했기에 도저히 이 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강력한 항의 속에서 우리 노조가 제시했던 양보들도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죠. 금속노조와 [야5당] 정치권이 똑같은 방법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을 압박하면 안 됩니다. 역사가 [그것이 틀린 길이라고]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거 농성을 풀지 않고 협상했는데도 1백프로 따내지 못했고, 사측이 합의안조차 이행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점거를 풀자는 것은 노동자들의 무기를 내려놓자는 것과 같습니다. KEC를 봐요. 정치권이 설득해 점거를 풀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해서 노동자들이 얻은 게 대체 뭡니까?
“점거파업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점거파업 덕분에 사측에 당당히 맞설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자신도 더 단단해 질 수 있었습니다. 민주적 토론도 활발했고, [덕분에] 투쟁의 방향과 목표도 분명히 할 수 있었죠.”
KEC지회 한소정 여성 부지회장도 점거파업의 효과를 말했다.
“점거파업으로 KEC도 강력하게 싸울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니까, 많은 동지들이 연대해 줬습니다. 지부장의 분신까지 겹치면서 더 그랬죠.”
후회
그래서 그녀는 지금 점거파업 해제를 후회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솔직히 [점거 농성장에서] 나온 것을 후회하고 있어요. 무슨 타결이 돼서 나온 것도 아니고. 농성장 안에 있을 때 야5당이 와준 게 희망 아닌 희망이었어요. 이 싸움을 빨리 끝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죠.
“사측이 교섭을 약속했지만, 지금 테이블만 만들어졌을 뿐이지 교섭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더 악화됐다고도 할 수 있죠. 최근엔 사측이 저를 포함해 점거했던 9명을 또 징계하겠다고 했어요. 징계 최소화를 약속했는데도 그 와중에 또 징계한다니….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정말 힘들겠지만, 그래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점거 때문에 회사에 타격이 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견딜 수 있을 때까지 해야죠.”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은 KEC, 쌍용차 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울산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투쟁에 적극 연대하고 있다.
한소정 부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같이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마음은 2백프로인데, 1백프로밖에 못 하는 게 미안할 따름이죠. 끝까지 투쟁해야 합니다. 우리 KEC는 현장 복귀를, 현대차 비정규직은 정규직화를 이루는 게 목적이니까요.”
양형근 대외협력실장은 현대차 정규직 노조와 금속노조의 연대파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훈 집행부는 산별노조의 의미를 제대로 실천해야 합니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는데도 총회(파업 찬반투표)를 또 하자는 것은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입니다. 이경훈 집행부는 파업을 피해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사측은 시간이 갈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리시키려고 할 텐데, 더 단단히 조합원들을 결속하고 힘을 키워야죠.
“금속노조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파업을 조직해야 합니다. 결의한 것을 실천하는 게 지도부의 몫입니다. 금속노조는 쌍용차 파업 때도 경찰 투입시 총파업하겠다고 말했지만,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반복된다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을 누가 믿겠습니까. 지금 같은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서 못 이기면 민주노조 운동도 힘들어집니다.
“특히 활동가들이 중요합니다. 쌍용차 파업 때도 활동가들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확고한 신념을 갖고 현장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파업 대오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죠. 정규직 활동가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금속노조의 활동가들이 적극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