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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울산 노동자대회를 다녀와서: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보수성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대한 불만과 이명박의 정치 위기가 맞물려 터진 투쟁이다. 11월 27일 울산 태화강에서 열린 연대집회에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과 야5당 연사들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민주당과 참여당을 제외한 진보진영 연사들은 연대를 강조하고 연평도 사건에 흔들리지 말고 투쟁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날 개혁주의 연사들 중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을 제외한 모두는 정몽구가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부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표현을 썼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를 포함한 개혁주의 연사들 중 누구도 비정규직 동지들의 절박한 요구이자 정규직 동지들에게도 꼭 필요한 연대 파업에 대한 언급은 고사하고 정규직화 쟁취될 때까지 농성을 유지하자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비정규 동지들의 얼굴에 근심이 서려 보였다.

나는 그 같은 상황에서 투쟁의 주체인 비정규직 동지들이 자신감을 잃고 방향성을 잃을까 걱정됐다. 그러나 인상적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려 회원들과 열심히 행진에 참가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나를 비롯한 ‘다함께’ 회원들이 들고 있던 “이경훈 지부장은 뜸 들이지 말고 연대 파업 실행하라”고 적힌 팻말을 내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노동자 대회와 촛불 문화제 사이에 들을 수 있었던 비정규직 동지들의 호소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그 같은 요구가 관료적 통제이자 운동을 분열시킬 수 있는 행동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족대책위 최은미 동지는 “다함께 동지들 팻말을 보고 정말 하고 싶던 말이라 울 뻔했다’고 말해 속시원한 함성을 자아냈다.

이어서 제2공장의 한 동지의 발언도 눈시울을 붉게 했다. 그 젊은 노동자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실된 투쟁을 한다면 동지들의 ‘다함께’라는 정치 조직도 확대될 것 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노조 상층 지도부의 전방위적 농성 해제 압박과 온건 좌파들의 미온적인 연대에 대한 불안을 우리에게 호소한 것이라고 본다.

위 같은 비정규직 동지들의 호소를 듣고 새삼 우리의 팻말과 구호들이 옳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개혁주의 조직들과의 세력 관계를 고려했을 때도 옳다. 만약 우리가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자신감을 주지 못하고 비정규직 동지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했다면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혁명가들에 대한 통제 또한 훨씬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속노조 촛불 문화제는 대부분 문화행사로 진행돼 아쉬웠다. 정규직 노조 이경훈 위원장이 부결된 3주체 안을 다시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고 1공장 앞에서 진행된 문화제인 만큼 농성 동지들이 들을 수 있게 전투적인 정규직, 비정규직 동지들의 연대의 목소리를 전달했다면 훨씬 멋졌을 것이다.

그리고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발언 중 농성하는 동지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다 은근슬쩍 ‘사측 관리자들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애기를 길게 끼워 넣은 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다. 이것은 사실상 농성 해제를 종용하는 주장이다. 감성적인 어조로 말했지만 차가운 공장에서 김밥 한 줄 먹으며 농성하는 동지들에게는 잔혹한 주장인 것이다.

온건 좌파와 노조 상층 지도자들은 기업간 경쟁 논리, 국가간 경쟁 논리에 도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측과 정부와의 협상에서 오는 자신의 위상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편으론 투쟁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로, 때론 가능성 자체를 통제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가능성을 보고 투쟁을 멀리 밀어붙이려는 뜻이 없는 것이다. 이런 노조 지도자들의 보수성이 이 투쟁에 빨리 나타난 것은 이 투쟁이 그만큼 잠재력과 폭발력이 있다는 것을 거꾸로 보여 준다.

지금 정규직 동지들은 농성 동지들에게 연대모금과 간식 제공 등으로 투쟁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정규직 대의원과 현장위원 1백여 명이 넘게 참여한 연대파업 이행 촉구 서명도 있다.

정규직 동지들이 ‘지금이 바로 고용 불안의 무거운 짐을 덜 기회이자, 정부와 자본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고 찍은 “밥그릇 챙기는 귀족노동자”라는 딱지를 떼어 버릴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현대차, 금속노조 차원의 연대 파업이 벌어질 때 정몽구를 비롯한 자본가들과 국가 관료들에게 경제 위기 책임 전가에 대한 반격을 가할 수 있다.

이 투쟁은 우리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각자의 공간에서 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연대 호소의 고삐를 더욱 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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