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연 판도라 상자 속의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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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이번에는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 25만 2천2백87건을 공개했다. 이번에 폭로된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들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를 떠올리게 한다.
이 중 주한 미국 대사관이 작성한 보고서도 1천9백80건에 이른다.
한국을 다룬 외교 문서 중 전문이 공개된 문서는 10여 건이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처럼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치른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대부분이라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의 BBK 사건처럼 핵폭탄급 사건의 진실이 전문에 담겨 있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에서 폭로한 문건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없는지 알 수 있다.
동결
지난해 초 주한 미국 대사관이 미국 국무부에 보낸 외교 전문에는 “이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임기 말까지 남북 관계를 동결 상태로 남겨둘 준비가 돼 있다” 하고 전했다.
당시 외교통상부 2차관이던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올 2월 주한 미국 대사와 만나 “김정일 사후 2~3년 안에 북한이 붕괴할 것”이며 중국 지배자들이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뒷받침하는 통일 한반도에 편안함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외에도 북한 붕괴를 확신하는 한국 외교 관리들의 말들이 실명으로 거론돼 있다.
이런 말들은 〈뉴욕타임스〉가 지적한 것처럼 하나같이 추론과 희망사항에 근거한 것이다. 이처럼 호전적이고 냉전적인 대북관으로 가득 찬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정부에서 한반도를 매 순간 군사적 긴장 상태로 몰아간 대북 적대 정책이 고수된 것은 당연하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며 대화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을 뿐 아니라 대북 강경·압박으로 일관해 온 이명박 정부 그 자체가 한반도 평화의 위험 요소인 것이다.
이번 외교문서에는 올해 2월 이명박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재파병을 강행하기까지 오바마 정부와 파병과 재정 지원 규모를 논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오바마 정부는 당시 5억 달러 규모의 전비 지원을 요구했다. 아프가니스탄 육군을 지원하기 위해 5년 동안 해마다 1억 달러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함께 공개된 문서 중에는 오바마 정부조차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의 부패와 무능을 더는 참아낼 수 없다고 푸념한 내용이 들어 있다. 부패하고 억압적인 카르자이 정부와 미국의 패권을 위해 우리가 군대와 돈을 보낼 이유는 없다.
향후 한반도를 다룬 외교 문서 1천 건이 공개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문서만 보더라도 미국과 그 동맹국 지배자들의 머릿속에는 하나같이 거짓, 불의, 전쟁 의지만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