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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의 잔혹성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미국 외교의 잔혹성이 폭로되다.

25만 건의 미국 외교 이메일이 폭로되자 전 세계 지배 엘리트들이 발칵 뒤집혔다.

전 세계 정치인들은 이 폭로에 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위키리크스 웹사이트를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폭로된 메일들 중 어떤 것들은 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외교관들에게 세계 정상과 유엔 외교관 들을 감시하라고 명령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사실, 그것이 원래 ‘외교’의 영역이 아니겠는가.

또, 영국 방위산업 홍보담당을 자임하는 앤드류 왕자가 한 미국 외교관과 대화하면서 다른 나라들을 부패하고 멍청하고 후진적이라고 깔본 것도 충격적 사실이 아니다.

이런 내용들은 모든 비밀 정보의 기초가 되는 뒷담화, 가십 거리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를 보여 준다.

리비야의 가다피는 “육감적인” 우크라이나인 간호사와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한다. 기타 등등.

메시지

그러나 이런 진흙탕 밑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첫째, 외교관들이 수집한 ‘정보’로부터 다툼이 시작된다. 예컨대, 그런 정보에 근거를 두고 자유무역을 위해 누구의 일자리가 희생될지 결정된다. 그런 중요한 결정이 그토록 가볍게 내려지는 것은 우리 지배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보여 준다.

지금까지 폭로된 무수한 메일들 중에서 큰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베를린 주재 미국 대사관이 2007년 발송한 것이다. 이 메일은 당시 독일 주재 미국 공관의 부부장이었던 존 쾨니히가 독일 국가안보 부보좌관 롤프 니켈을 만나서 말한 내용이다. 쾨니히는 칼레드 엘 마스리 사건과 관련해 독일 정부가 미국 CIA 요원들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것이 미국과의 관계에 초래할 파장을 신중히 고려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이탈리아 당국이 동일한 행동을 취했을 때 미국-이탈리아 간 양자 관계가 어떤 타격을 입었는지를 상기시켰다.”

니켈은 “그럴 생각이고 비록 당장은 그럴 수 없지만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거라’고 되풀이해 말했다.”

폭로된 문서에는 마스리는 어떻게 됐는지 말하지 않고 있다.

2003년 마지막 날 이 독일 자동차 판매원은 알카에다 용의자와 이름이 비슷하단 이유로 체포됐다. 그는 버스를 타고 세르비아에서 마케도니아로 이동하던 중에 체포됐다. 마케도니아 당국은 그를 CIA 인도 담당자에게 넘겼다.

두건을 쓴 사람들이 그의 옷을 벗기고 족쇄를 채운 채 보잉 737에 태웠다.

비행기는 이라크 바그다드로 이동했고 미군의 착륙 허가를 받았다.

그 다음 비행기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곽에 있는 살트 피트 감옥으로 이동했다. 마스리는 ‘샘’이라고 불리는 미국 요원에게 반복적으로 심문을 받았다.

그는 제트기 바닥에 사슬로 묶였고 진정제가 주입됐다.

착륙 후에 그는 자동차 트렁크에 실려 어떤 건물로 옮겨졌고 습한 독방에 갇혔다. 그는 그곳에서 4개월 동안 심문, 고문, 성적 학대를 반복적으로 받았다.

마스리를 납치한 자들은 납치한 지 5개월 뒤에 그를 마케도니아로 되돌려놨다. 납치자들은 2004년 5월 알바니아 국경 근처 어둡고 황량한 도로에서 그를 풀어 줬다.

마스리를 태운 비행기 승무원들은 자기 승객은 꿈도 못 꿀 호강을 누렸다.

폭로된 문서들을 보면, 737기는 마스리를 아프가니스탄 감옥으로 옮긴 뒤 휴양지로 유명한 마요르카 섬으로 날라갔다. 이곳에서 승무원들은 이틀 동안 최고급 호텔에서 투숙했다.

쾨니히가 니켈에게 전달한 미국 측 요청 때문에 마스리를 납치하고 고문한 CIA 요원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진부한 외교 뒤에는 무서운 잔혹함이 숨어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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