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요구는 덥석 받고 민주노총의 요구는 무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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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전후 처리 경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전후 처리 비용 분담 요구는 이른 시일 안에 이라크 민중에게 주권을 넘길 생각이 없음을 뜻한다.
노무현 정부는 대략 5천만 달러(5백50억 원)에서 1억 달러(1천1백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조차 “이라크의 장기적 재건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금융적 지원이 아니라 정치적 안정이며, 정치적 안정은 미군이 철수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미국은 이라크 재건이 아니라 미군 주둔에 압도적으로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14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데 연간 5백10억 달러가 필요하다. 1인당 36만 달러(약 4억 2천만 원)다.
〈문화일보〉는 청와대가 1만 명 규모의 정예 사단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병 비용은 한국 정부가 대야 한다.
한국군 1만 명을 파병할 때 드는 연간 전비는 1조 2천억 원∼3조 5천억 원이다.(서희·제마부대의 10개월 주둔 비용이 360억 원이다.)
그러나 이 돈은 학살 비용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과 한숨을 어루만지는 데 쓰여야 한다.
● 민주노총은 정부가 매년 4∼5조 원만 지원해도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율을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 비정규직 가운데 국민연금이 적용되는 비율은 24.8퍼센트다(정규직은 94.6퍼센트).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0퍼센트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가 비정규직의 보험료를 지원해야 그나마 얼마간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입만 열면 “비정규직 권익 보호”를 말하는 노무현 정부는 재원이 없다며 이를 거부한다.
● 민주노총 등 51개 단체로 구성된 ‘사회보장 예산 확보를 위한 연대’가 국회에 제출한 ‘2004년도 사회보장 예산 청원안’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이하자의 생활 보장, 빈곤 가족 자립 기반 구축, 공공 보건 의료 기반 조성,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15개 사업의 필요 예산은 5조 1천억 원이다.
노무현은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복구하는 데 관심 없다. 그는 10월 13일 시정연설에서 되레 민주노총의 투쟁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비난받아야 할 자는 미국의 침략 전쟁에 돈과 제국민의 목숨을 갖다 바치려는 노무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