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동자 대량해고를 중단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2라운드 투쟁이 시작됐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올해 2월 26일 노조의 전면파업에 굴복해 구조조정 중단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합의를 어기고 4백 명을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20일부터 나흘간 희망퇴직을 받고 4백 명이 안 되면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즉각 전면파업으로 맞섰다. 20일 열린 파업 출정식에는 조합원의 90퍼센트에 이르는 1천여 명이 참가했다. 한 노조 간부는 “유급휴직 중인 조합원들도 대부분 참가했다”며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사측에 대한 분노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조선업계의 경기 불황이 시작된 후 한진중공업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한 조합원은 “지난 2년간 휴업과 부분파업 등으로 툭하면 월급을 30만~40만 원씩밖에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조남호 회장은 수백 억씩 주식배당금을 챙겼습니다. 노동자들이 열이 안 받겠습니까?”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측은 영도조선소가 경쟁력이 없어서 수주를 못했다며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해외수주 책임자인 조남호의 아들 상무 조원국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2년간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한 조원국은 올해도 2억에 가까운 임금을 받았어요. 파렴치한들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서 노동자들을 잘라야 한다면서 왜 무능력한 임원들은 해고되지 않습니까? 구조조정을 발표한 다음 날 주주들에게는 수백 억에 달하는 주식배당을 했어요. 회사가 어려워서 노동자들을 자르는 게 아닙니다. 외주화해서 비정규직으로 공장을 채우겠다는 것이에요.”
사측의 진정한 의도는 민주노조 파괴에 있는 듯하다. 2003년 김주익 열사 투쟁 때부터 노조에 주도권을 빼앗겨 왔다고 생각하는 사측은 이명박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조합원 대부분은 사측이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합원들도 더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한다. “조합원들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싸우겠다고 말합니다. 회사가 조합원의 30퍼센트를 자르겠다는데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요. 정년이 많이 남지 않은 형님들도 ‘희망퇴직 관심 없다, 일 년 반 동안 버텨 왔는데 끝까지 가겠다’고 합니다. [2003년] 열사투쟁을 경험한 조합원들도 강경하게 싸워서 끝장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조는 사측이 정리해고를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전면파업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현재 물량이 많지 않아 파업의 경제적 타격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사측의 항복을 받아 내려면 점거파업 등 더 강경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옥쇄투쟁
한 대의원은 이렇게 말한다. “조합원의 3분의 1은 휴업 중이고, 3분의 1은 휴업 준비 중이고, 나머지는 마지막 후행작업 중입니다. 내년 4월까지밖에 물량이 없어요. [파업이] 조업에 타격을 주지 못해요. 총파업으로 물러서지 않는다면 더 강경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어요.
지난해 투쟁 때는 [노조에서] 희망퇴직을 방관했던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조합원들이 많이 나갔거든요. 이번에는 희망퇴직 받기 전에 파업에 들어갔어요. 이건 잘한 겁니다. 하지만 물량이 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싸워야 했어요.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고 옥쇄투쟁이든 봉쇄든 강력한 전술도 지도부가 고민해야 합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연대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측은 노조를 말살하려고 하는 겁니다. 노조를 밟아야 구조조정도 마음대로 하고 비정규직도 마음대로 늘릴 수 있잖아요. 사측의 뒤에는 조남호 회장과 동문인 이명박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명박의 빽을 믿고 사측이 막 나가는 겁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연대가 시급합니다. 집중지원해서 싸워야 투쟁의 파급력이 커질 겁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다수가 비정규직이다. 노조가 파업을 벌이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을 가동한다면 파업의 힘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로 조직돼 있지 않다.
그동안 1천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됐지만, 정규직 노조가 이들을 방어하는 데서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지난해 파업 이후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선전·교육을 강화해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 통과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홍보전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사측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이간질해 어부지리를 얻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사측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을 건설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