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4일, 한 내부 고발자의 제보에 의해 고려대학교 ‘소통시대’ 총학생회의 불법적 정보열람 사실이 폭로되면서 고려대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43대 총학생회는 자유게시판에서 자신들을 비판한 학생을 포함해 몇몇 학생들의 신상 정보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열람해 자신들의 비공개 클럽에 올려 공유하고 조롱했다.
이 때문에 전체학생대표자 회의가 소집됐고 이 자리에서 총학생회 탄핵 총투표가 발의됐다. 결과적으로 투표율 미달로 총투표는 무산됐지만 이번 사건은 충분히 의미있었다.
우선 이번 사건은 학생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날카롭다는 것을 보여 줬다.
탄핵 총투표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약 5천 명의 학생들이 탄핵 총투표에 참가했다. 지난 선거에서 이 ‘비권’ 총학생회는 2천 3백41표로 당선했다. 지지자의 두 배 이상이 탄핵하려는 적극적 의사를 보인 것이다. 총학생회의 임기가 실질적으로 끝나고 다음 대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총투표에 참가한 학생들의 수가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총투표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 투표는 충분한 정치적 효과를 냈다. 앞으로 43대 ‘소통시대’ 총학생회는 자신들의 경력을 결코 자랑스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등장하는 어떤 총학생회도 결코 학생들을 우습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는 ‘학생 사회의 위기’를 보여 주는 사건이 아니다. 이른바 ‘비권’으로 분류된 ‘소통시대’ 총학생회의 정치적·도덕적 파산을 보여 주는 사건일 뿐이다. 탄핵 소동에도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무난히 50퍼센트를 넘겼으며, 그 와중에 단과대 학생회도 없는 사범대 학생들이 자치공간 철거 반대로 2백 명 규모의 집회를 연 것을 보면 ‘학생 사회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