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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일관된 반제국주의 관점이 필요하다

연평도 주민들이 두 번이나 피난행렬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한반도가 순식간에 군사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대청해전’부터 남북한 상포 포격까지 이명박 정부 들어 한반도 긴장상태는 계속됐고, 남북교류는 말라붙다시피 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에는 9년 만에 인도적 대북지원이 ‘제로’로 떨어졌다. 금강산 관광은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 그래서 한반도 위기는 이명박 정권에 반대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그러면 한반도 위기를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12월 18일 전국민중대회 한반도 긴장고조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10·4선언 이행 요구에 그치지 말고 한반도 위기의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와 한미 군사동맹에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남북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 내 상당수가 6·15, 10·4 지지세력이 모여 이명박을 심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NGO와 자주계열 등 주요 개혁주의 세력들은 ‘10·4 선언’에 나온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 약속 이행을 서해에서의 갈등 해결의 핵심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남북 당국·강대국들 간 회담을 촉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결보다는 해빙이, 군사적 대결보다는 대화가 노동자·민중에게 더 낫다. 따라서 이런 요구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공감한다.

그런데 이런 요구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진정한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가령, 10·4 선언에는 “불가침 의무”,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지지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적시돼 있지만, 1990년대 미국이 조성한 두 차례 한반도 전쟁 위기 속에서 빈말이 됐다. 게다가 북한 군사비를 압도하는 남한의 군축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도 NLL과 같은 민감한 군사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경제협력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분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이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를 싼값에 착취하는 경협을 확대하라는 것이 과연 진보적 요구인가 하는 문제가 남을 뿐 아니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한반도 상황에 따라 거듭 불안정해진 것을 보면 경협이 평화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역시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히 묶여 있지만, 동시에 서로 상대를 겨냥한 군비경쟁을 하며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의 근원인 미국 제국주의 문제를 분명히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대안의 커다란 약점이다.

핵심 고리

냉전 해체 이후에도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핵심적 원인은 바로 미국과 제국주의 국가들 간 경쟁에 있다. 미국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잠재적 경쟁국들이 모여 있는 지역인 동아시아에서 패권 유지를 위한 개입의 빌미가 필요했고, 동아시아판 이라크로 북한을 지목해 왔다.

그 결과,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북한 핵 위협은 실질적이지 않았으나, 미국이 핵을 빌미로 북한을 압박하고부터 북한 핵 문제가 현실화됐다. 미국이 한반도 주변국 군비증강과 긴장 고조의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요 개혁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대안들은 미국 패권과 그 패권에 기대 성장하려는 남한 지배자들에 맞선 반제국주의 투쟁이라는 핵심 고리가 희미하다.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개입 반대, 한미군사동맹 폐기와 같은 핵심적 반제국주의 요구들을 일관되게 제기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국회 대북 규탄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해 버렸다. 반대표를 던지면서 국회에서 반제국주의 주장을 하고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드러낼 절호의 기회였는데 말이다.

NGO의 경우,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관점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초기에 양비론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남북한 상호 포격 사건 직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성명 제목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했고, 내용도 북한 규탄에 기운 양비론이었다.

물론 북한의 행위를 결코 옹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제국주의적 영향력 확대 시도가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결국 남북한 상호 포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분명히 봐야 한다.

그 이후에는 우파들의 호전적 선동에 반대해 남한 정부 비판에 강조점을 뒀지만, “군사적 대비태세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군의 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성명)라거나 “[포사격] 훈련 중단이 북한에 대한 굴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도 이해 못할 바 아니”(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성명)라는 부분은 일관성을 떨어뜨렸다.

12월 21일 6·15공동실천남측위원회·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가 야5당과 함께 발표한 포 사격 훈련 재개 규탄 성명서는 “남북 모두 추가적인 군사행동 중단하고 즉각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을 비판하지는 않았다. 포격 사건 이후 서해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이며 긴장 고조를 주도하고,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끝끝내 남한의 포 사격 훈련 강행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 미국이었는데 말이다.

남북한 당국과 강대국들에게 대화를 하라고 촉구할 뿐 남북한 노동자·민중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노동자·민중의 독립적인 운동이야말로 진정으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은 미국이라는 야수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혀 패배시켰고, 미국은 그 후 수십 년 동안 지상군 투입을 자제하게 됐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이라크전 반대 운동도 참전국들이 철군하는 데서 결정적 구실을 했고, 중동 민중의 저항과 더불어 미국을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데 일조했다. 그 여파로 미국은 북한을 우선적 공격대상으로 삼을 여력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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