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사측이 결국 노동자 2백90명에게 정리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하고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해고 계획서를 제출했다. 절차상 2월 14일이면 효력이 발생해 해고가 확정된다.
“아내가 현관문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예비 해고 통지서를 든 사람과 마주쳤다고 하더군요.” 이 젊은 노동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들은 배당금을 챙기면서 직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하는데, 누가 해고를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특수선 노동자들은 분노를 참지 못해 사무실에 몰려가 집기를 부수기도 했다.
많은 노동자들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사측은 또다시 해고를 강행할 것이다” 하고 말했다. 그래서 해고자 생계비 지원을 위해 노조가 실시한 월 50만 원 모금에 조합원의 95퍼센트가 동참했다.
노동자들은 “이번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고를 막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예비 해고가 통보된 1월 12일 ‘단결의 광장’에 모인 1천여 명의 노동자들은 투쟁을 결의하며 공장을 뒤흔들었다.
노조는 벌써 한달 넘게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장 안의 생활관·천막 등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돌아가며 출입문 규찰을 서고, 저녁 촛불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물량이 워낙 적어 파업 효과가 미미한데다 사측이 지난해보다 더 완강하게 해고를 밀어붙이고 있어, 더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노동자는 “명단이 통보됐는데도 규찰 서는 것 외에 별로 하는게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하고 있는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도 “내가 크레인에 올라온 이유 중 하나는 지회 지도부가 더 강력하게 싸워야 한다고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노조 지도부가 이런 요구를 받아 안지 않은 채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민 홍보전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노조 지도부는 심지어 진보신당 부산시당이 공장 앞 천막농성을 시작하려는 것에도 반대했다.
그러나 이미 “부산의 여론은 우리 편”인데다, 여론만으로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한 특수선 조합원은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 투쟁을 하니까 사회적으로 알려졌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하고 말했다.
전 조합원을 공장으로 집결시키고 사측 관리자들을 공장 밖으로 내쫓아야 한다. 출입구를 봉쇄하고 조업을 전면 중단시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동참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지역 연대파업도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