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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로봇 영재’의 죽음과 대학교육

카이스트(KAIST) 학생 한 명이 학사경고와 그에 따른 ‘징벌적 등록금’(한 학기 6백만 원) 부담 때문에 입학 1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로봇을 연구하기 위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공업 고등학교로 전학을 하고, 세계로봇대회에서 2관왕을 할 정도로 로봇공학에 열정을 갖고 있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인권침해적인 입시교육을 견디면서까지 대학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대학에 가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추세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각국 정부는 대학들끼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을 서열화해서 상위등급 대학들에게 지원금을 몰아줬다.

대학들은 더 높은 서열로 올라가기 위해 ‘스타 교수’를 유치하고 더 크고 높은 건물을 지었으며, 평가지표가 되는 경제적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앞다퉈서 기업을 끌어들였다.

경쟁의 압력

이 과정에서 등록금은 치솟았고, 학생들도 상대평가제, 학점에 따른 전공 정원 제한과 차별적 등록금 제도 등으로 격화된 경쟁으로 내몰렸다. 이런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교육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명박)이라거나 “대학도 산업”(노무현)이라면서 정당화됐다.

KAIST 로봇 영재의 죽음은,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의 ‘돈 되는 학문’을 연구하는 이들도 이런 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과, 시험성적이 좋은 ‘틀에 맞춰진 인재’만 대우받는 현실을 보여 준다.

그러나 학문이야말로 경쟁보다는 협력이, 틀을 얼마나 잘 준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그 틀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가 강조돼야 할 영역이다.

경쟁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만들고 모든 개인이 중복되는 공부를 하도록 만든다. 학생들은 조모임에서 자기의 핵심 아이디어는 말하지 않거나, 다른 조에게 아이디어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경쟁은 스스로 공부하려는 동기를 줄인다. 국제 교육 평가협회가 발표한 한국 중학생 시험 성적은 세계 5위권 이내지만, 학습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는 국제 평균보다 낮았다.

따라서 학사제도를 고치는 것만으로 이번 자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 학생들끼리의 협력을 가로막고 경쟁을 부추기는 대학당국만이 아니라 이들을 다시 경쟁으로 내모는 국가, 그리고 국가경쟁력이 곧 제국주의 서열을 결정짓는 자본주의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더 나은 대학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는 투쟁과 분리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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