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환자들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의료기관 유형별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환자가 동네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경우 약제비의 본인부담률을 갑절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대형병원의 쏠림 현상을 개선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는 환자들의 부담을 늘려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메우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을 목적이라면, 환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진료 행위를 규제하면 된다. 동네 병원의 약값을 줄이고 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여 환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더 나아가 환자들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질 좋은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면 된다.
평범한 사람들은 지금도 비싼 진료비 때문에 대형병원을 이용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대형병원에 가는 것은 동네의원의 의료 수준이 낮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증환자들과 대부분이 노인인 만성질환 환자들은 한 달에 몇 십만 원을 내더라도 어쩔 수 없이 대형병원을 가야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번 복지부의 대답은 나이 들고 아파도 돈 없으면 대형병원은 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오랫동안 지속돼 온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해결하고 싶다면, 노동자들의 의료 이용 기회를 박탈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국방비나 4대강과 같은 쓸데없는 재정지출을 줄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