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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글은 독자편지 '한진중공업 기사에 반쯤만 동의합니다'에 대한 답변입니다.

독자 편지를 보내 주신 ‘노동자’님의 주장대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전면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사측이 침탈할까 봐 규찰대를 구성해 정문과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하고 있는 85호 크레인을 지키고 있습니다.

생활관에서 농성하면서 저녁 촛불집회와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전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투쟁을 전개한 지도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이런 투쟁 와중에 정리해고 대상자를 발표할 정도로 완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측에 맞서 승리하려면 단지 여론전과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있는 부산시를 압박하는 투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면 파업을 하고 생활관 점거를 하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하는 투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영도조선소가 아무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측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는 투쟁 전술이 필요합니다.

시민들의 여론도 우리 쪽에 우호적인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가 싸우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받아안아 단호한 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비록 홍익대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으로 학교가 마비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방학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점거 농성에 돌입했기 때문에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연대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홍익대 투쟁처럼 파업의 효과를 내려면 조선소의 주요 시설물을 점거하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건조 중인 배가 많지 않고 그마나 건조 중인 배도 선주에게 시급히 인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이윤 타격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정치적 파장을 키울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쌍용차 점거파업에 대한 기억 때문에 이를 주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 노조 지도부는 그런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심정은 이해하나 쌍용차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을 공장 밖으로 몰아내고 출입을 통제하는 점거파업을 했기 때문에 고립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점거파업 후 쌍용차 노조 지도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노동자들의 투쟁 열기는 높았습니다. 문제는 정부를 상대한 투쟁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영웅적인 투쟁을 확대하기 위한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의 연대가 부족했던 데 있습니다.

지금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동지의 85호 크레인 점거는 오히려 점거파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비록 85호 크레인 점거로 이윤에 타격은 미미하지만 크레인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집결하고 투쟁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크레인 농성에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것도 역설적으로 점거파업의 효과를 보여 줍니다.

2월 14일이면 해고가 확정됩니다. 사측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는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더 단호한 투쟁에 돌입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지도부가 조합원들과 토론하고 결정하는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한진중공업 투쟁에서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부서별로 투쟁의 방법, 파업 프로그램, 출입 통제 등을 스스로 토론하고 결정할 때 파업의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도록 계속 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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