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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집트 현지 소식:
튀니지 혁명의 파장이 이집트에 도착하다

나는 현재 이집트 카이로에서 연수를 하고 있는 학생이다.

튀니지에서 혁명이 일어난 이후 이집트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1월 18일에 처음으로 알렉산드리아에서 한 실업자가 분신자살을 하는 등 분위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마침내 야권이 1월 25일 대규모 시위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인터넷을 통해 이날 예정된 시위 소식이 빠르게 퍼지면서 페이스북에서는 무려 9만 명이 시위 참가 의사를 밝히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25일 오전부터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주요 대도시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위대의 규모는 점점 불어갔고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에 노동자들이 대거 합류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대학생들과 젊은 층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직장인, 노동자, 나이 많은 여성 등이 참여하면서 시위대의 구성이 다양해졌다.

이들은 다양한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을 했는데 주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과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이었고 그들이 들고 있는 손팻말에는 ‘자유, 정의’ 등이 적혀 있었다.

튀니지 혁명은 비슷한 정치 구조와 경제적 조건을 지닌 인근 아랍 국가들에서 새로운 반란의 씨앗이 되고 있다. ⓒ사진 박이랑
이집트 민중들이 무바라크와 압제자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다. ⓒ사진 출처 Adam Makary

시위에 참여한 알아즈하르 대학교의 한 학생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유를 ‘자유와 정의에 대한 갈망, 그리고 빈곤에 대한 분노’라고 설명했다. 또한 알렉산드리아와 이스마일리아 등에서 사람들이 분신하고 경찰에 체포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튀니지에서 벌어진 일들이 이곳 이집트에서도 일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위대는 튀니지 혁명에 무척 고무된 분위기였고 일부 사람들은 튀니지 국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위대 수천 명이 카이로 도심의 중앙광장으로 몰리면서 주요 정부부처들을 지키면서 광장을 봉쇄하고 있던 경찰들과 시위대 사이에 일대 전투를 방불케 하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경찰은 중장갑 살수 차량으로 물대포를 쏘아대고 최루탄을 발사하며 곤봉으로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심지어 기자들까지 끌고 가 구타를 했다. 시위대는 이에 맞서 돌을 던지고 경찰 차량 위에 올라가 물대포를 파괴하는 등 격렬하게 맞섰다.

이집트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광장을 점거하고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사진 제공 http://egypt.failar.nu/

역설적이게도 이날은 1952년 이집트를 침략한 영국군에 맞서 싸우다가 전사한 40명의 경찰을 기리는 경찰의 날이었다. 이집트의 일간 유력지 〈알마스리 알야움〉은 이날 이와 같은 역사를 실으며 1면 헤드라인을 ‘경찰, 해방자에서 압제자로’라고 썼다.

이러한 대규모의 격렬한 시위가 이집트에서 벌어지기는 1977년 빵 값 폭등으로 일어나 사다트 정권을 무너트릴 뻔한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는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아직도 수천여 명의 시위대가 광장을 점거하고 밤을 지새우고 있는 상황이고 일부 카이로의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를 습격해 점거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한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무려 시위대 2만여 명이 중앙역을 점거한 상태고 일부 경찰이 시위대와 함께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이 ‘해방의 카라반’이 알제리, 예멘, 요르단 등을 거쳐 중동에서 최대 규모의 노동계급이 존재하는 이집트에 도달했다. 독재정권 하에서 높은 실업율과 치솟는 물가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고 이집트 민중들의 삶을 빈곤과 절망으로 내몰았다.

자신들의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도 가져다줄 수 없는 이 무능력하고 부패한 정권을 이제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비록 마지막까지 현장에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잠시나마 목격했던 이집트 민중으로부터 무바라크와 그 압제자들에 대한 분노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튀니지처럼 변화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이집트에서의 혁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