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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몰락하는 친서방 ‘온건’ 독재자들

지난주 이스라엘의 ‘자유주의’ 일간지 〈하아레츠〉는 이 신문의 유명한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인 아리 샤비트의 글을 실었다. 그는 이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 눈 앞에서 두 가지 거대한 과정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아랍 해방 혁명이다. … 다른 하나는 서방의 쇠퇴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샤비트는 두 과정이 연관됐다는 점을 증명하는 근거로 과거 지미 카터가 1978~79년 이란 혁명 당시 취한 입장을 버락 오바마가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샤비트가 말한 같은 입장이란 “온건하고 약한 독재자를 버리고 강력한 독재자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을 뜻한다.

“카터가 샤[왕]를 배신한 덕분에 아야톨라[시아파 무슬림 종교지도자]들이 등장했고 아야톨라들은 핵무기를 개발했다. 서방이 무바라크를 배신한 대가도 그만큼 클 것이다. 서방은 자신에 충성하고 안정을 보장한 지도자를 배신했을 뿐 아니라 중동과 개발도상국의 모든 서방 동맹들을 배신한 것이다.

“서방은 졌다. 서방은 더는 전 세계를 주도하고 안정시키는 세력이 아니다.”

샤비트의 과장된 말투를 이해하려면 그가 2004년 4월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제2차 인티파다를 잔인하게 탄압할 때 썼던 표현을 보면 된다. 당시 그는 이렇게 허풍을 떨었다. “‘이스라엘의 승리’라는 새로운 전략적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샤비트가 불쌍한 옛 ‘온건파’ 독재자인 이란의 샤나 호스니 무바라크를 동정하는 것은 이스라엘 주류 세력들의 뿌리 깊은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다. 즉, 어느날 미국이 이스라엘을 버리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샤비트가 호소하는 내용은 둘째 치고 “[무바라크의 몰락이] 궁극적으로 북대서양의 정치적 패권을 수십 년이 아니라 수년 내로 끝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과연 올바른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강타

미국은 세 개의 주요 선진 자본주의 지역 — 북미, 서유럽, 동아시아 — 과 중동에서 주도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피터 브롬리는 석유를 “전략 자원”이라 불렀다. 중동을 지배하는 것을 통해 미국 정부는 중동 석유에 미국보다 더 크게 의존하는 유럽과 아시아의 실질적이고 잠재적인 경쟁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란 샤의 몰락은 미국의 중동 패권에 크게 타격을 입힌 사건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이집트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서방 진영에 합류하면서 이란 혁명의 타격을 부분적으로 상쇄해 줬다.

현재 이집트 혁명은 이 서방과 이집트 사이의 동맹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 투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집트에 조금이라도 더 민주적 정부가 들어서면, 무바라크보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에 덜 친화적일 것이다.

2009년 퓨 리서치의 ‘세계 태도 조사’를 보면, 이집트인 82퍼센트가 미국에 비우호적 태도를 보였는데, 이것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도 타격을 입어, 자신의 군사력이 세운 이라크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이란 정부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세계적 수준에서 봤을 때, 미국 경제력의 상대적 쇠퇴는 2008년 시작된 대불황과 그 이후 사건으로 극적으로 표현됐다. 유럽연합이 아직 너무 약하고 자기 문제에 몰두하느라 미국 패권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은 동아시아 ― 미국이 태평양 전쟁 때부터 주도권을 행사해 온 지역 ― 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집트 혁명은 이미 고군분투 중인 초강대국 미국에 또 한 번 강타를 날린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비트가 주장하듯이 미국 패권이 “몇 년 내로” 끝날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세계 금융시스템의 중심이다. 또, 미국은 단일 열강이지만 열강의 합보다도 훨씬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집트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미국에게 너무 중요하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무바라크 정부와 야당과 모두 접촉하면서 이집트를 미국 동맹 체제 내에 묶어 두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할지는 이집트 민중이 얼마나 단호하게 그들의 힘을 보여 주느냐에 달렸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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