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대량해고:
해고를 막으려면 점거파업으로 조업을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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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정리해고 집행일을 며칠 앞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해고 대상자와 비대상자 할 것 없이 50일 넘게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설 연휴도 반납하고 공장과 부산시청, 한나라당사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가 시민 홍보전에 치중하며 생산에 실질적 타격을 주는 점거파업 같은 효과적인 길을 회피하면서 희망퇴직자는 상당히 늘었다.
한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미 2백10명이 회사를 나갔어요. 회사는 강경하게 나오는데 투쟁 전술에 변화가 없으니까 불안해 하는 조합원들이 많아요.”
함께 있던 조합원도 “지도부는 우리가 고립될 수 있다며 투쟁 수위를 올리려고 안 해요. 하는 것이 뻔한데 사측이 물러서겠어요?” 하고 거들었다.
노조 지도부가 패배를 자초하는 잘못된 전술로 시간만 허비하는 사이에, 사측은 해고 강행과 강경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용역 깡패 수십 명을 동원해 조합원들이 농성하고 있는 생활관의 전기까지 끊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더는 주저하지 말고 실질적인 점거파업을 시작해야 한다.
현재 일반 배를 만드는 상선의 일거리는 거의 없지만, 군함 등을 만드는 특수선 조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곳엔 상대적으로 생산이 많아 관리자들과 비정규직이 투입돼 일하고 있다. 더구나 사측은 이미 오래전부터 영도 조선소를 고부가가치 특수선 전용 조선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런 특수선의 조업을 중단시키는 과감한 행동을 조직한다면 사측에 실질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특수선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이런 파업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물론 조합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특수선 조업을 중단시킬 경우 정부 탄압이 집중될 수 있다.
극대화
그러나 지금처럼 해마다 벌어지는 구조조정에 무기력하게 대응한다면 결국 노동자들이 고사당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단호한 행동에 나설 때, 사측도 실질적 위협을 느낄 것이고 더 광범한 전국적 연대도 건설될 수 있다.
노조 지도부는 ‘쌍용차처럼 고립된다’며 점거파업을 한사코 거부해 왔지만, 쌍용차에서 점거 농성은 오히려 이 투쟁을 전국을 뒤흔드는 정치투쟁으로 부각시켰다.
따라서 노조는 점거파업을 통해 특수선 조업을 전면 중단시키고,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동참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또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사측의 양보 교섭 압박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진중공업 현장 활동가들이 나서야 한다. 현장 조직들이 지금처럼 지도부 뒤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활동가들은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비판하며 실질적 점거 농성을 호소해야 한다.
최근 지역 민심에 밀려 전 한나라당 국회의장 김형오까지 ‘대량해고는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더욱 강력한 점거 투쟁으로 정리해고 시도를 막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