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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거래제 도입 시도 중단하라

각종 이상기후가 보여 주듯이 기후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의한 파국을 피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책 논의가 떠들썩하지만, 온실가스 농도는 교토 의정서가 논의되던 1990년대보다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가정집이나 개인들의 소비행태 때문이 아니다. 정부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조차 “일인당 에너지 소비를 가정부문의 에너지 소비만으로 국한할 경우 …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인정한다. 아무리 내복을 입어도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는 이유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주는 제도다

주범은 바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기업들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와 재계가 다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들을 직접 규제 하는 것을 피하려하지만 기업들은 이조차 거추장스럽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갈등의 본질이다. 부패한 경찰이 도둑놈을 범죄현상에서 몰래 빼내려고 하는데, 되려 그 도둑은 외제차가 아니라서 못 타겠다고 버티는 형국이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만 봐도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줄여주려고 만든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 기업들에게는 정부에게 직접 규제(‘목표관리제’)를 받지 않는다는 특혜도 주어진다. 발전 부문과 철강 부문의 주요 기업들은 모두 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이므로 목표관리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목표관리제

목표관리제는 정부가 기업에게 연간 배출량을 정해준 다음에 그 이상을 배출하면 처벌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아황산가스나 폐수 같은 환경파괴 물질들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정부가 직접 규제해 왔다. 그런데 온실가스의 경우는 기업들의 비용을 줄여 주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배출권 거래제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가관이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기업들의 현재 배출량이 아니라 미래의 증가량까지 포함한 배출 ‘예상량’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이 예상량은 기업들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만큼 부풀려질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면서 시행하는 정책들이 실제로는 배출을 늘리는 데 일조하는 이유이다.

백 번 양보해서 배출권 거래제도가 일말의 효과라도 거둘 수 있다면, 그것은 배출권 가격이 높아서 기업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온실가스 감축 설비를 도입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검증된 적이 없고 오히려 이미 유럽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아서 한 차례 실패로 끝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법률안에는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및 “국내외 경제상황의 급격한 변화” 등을 고려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사정을 봐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은 법률안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은 배출권의 90퍼센트 이상을 기업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려고 한다. 기업들에게 비용 압박을 가하겠다는 배출권 거래제 취지 자체가 무색하다. 그런데 지금 기업들은 100 퍼센트 무상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급진적 분위기 속에서 11년 만에 집권한 뒤 제일 먼저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호주 노동당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의 세부사항을 놓고서 산업계와 씨름하다 결국 제도 시행 자체를 연기했다. 이는 배출권 거래제가 정치적 함정임을 보여 준다.

진정한 대안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정부가 직접 규제하면서 그 처벌을 강화하고(현재의 목표관리제는 벌금이 너무 경미해서 되려 기업들이 배출권 거래제보다 이를 선호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는 직접세의 형태로 부자와 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그 비용으로 대중교통과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주택의 단열설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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