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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사회주의 강령 삭제 시도 중단하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당 강령에서 ‘사회주의 원칙’ 삭제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6월 정책당대회에서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 공동체를 구현할 것”이란 문구를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중이 참된 주인이 되는 민중주체(또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민노당 강령개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은 “당이 처한 국내정치적 상황이나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을 감안해” 사회주의 강령 삭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8년에 시작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의구심이 커지고 있고, 경제 위기·독재·제국주의에 반대하는 혁명이 중동을 휩쓸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이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대안을 논의하고 제시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사회주의 강령이 진보대통합에 걸림돌이 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지난 분당 사태 때도 논쟁이 된 것은 자주파 경향의 패권주의와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였지 사회주의 강령은 쟁점이 되지도 않았다. 현재의 진보대연합 논의에서 진보신당, 사회당 등이 사회주의 강령을 문제 삼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당의 급진성을 희석시켜 선거에서 표를 더 얻거나 친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의 선거 연합을 손쉽게 하려는 선거주의·계급 협조주의가 사회주의 강령 삭제의 진정한 의도일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 후퇴일 뿐 아니라 계급 투쟁의 전진을 갉아먹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사회주의 강령을 “진보적 민주주의”로 후퇴시키는 것은 오히려 자주파 경향 지도부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당내 좌파들의 반대를 무시하며 자신들의 의견만 관철하려는 패권주의라 할 만하다.

더 많은 진보적 대중을 단결시키는 길은 원칙을 지키며 유연한 전술을 제시해 왜 진보정당이 대안인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원칙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한다면 민주당 등과 차별성은 줄어들고 진보정당의 매력은 줄어들 것이다.

“당원의 눈높이”를 핑계대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지금 사회주의 강령 삭제 주장은 아래로부터 당원들이 제기한 게 아니라, 위로부터 자주파 지도부가 제기한 것이다.

오히려 〈한겨레〉도 지적하듯이 “기층 당원들 사이에선 사회주의 원칙의 포기를 심각한 후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사회주의 강령 삭제를 중단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발전시키고 주장하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