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혁명에서 한국 기업의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가?
〈노동자 연대〉 구독
최근 〈민중의 소리〉는 이집트 혁명 관련 기사를 다루면서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아CIS팀 김용석 팀장의 기고글 ‘이집트 시민혁명에 따른 우리 기업 영향 및 대응전략은?’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이집트 혁명으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액이 “총 2천5백70만 불”이라며, 이집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손실을 열거하며 “시장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문제는 … 공공기관에서부터 일고 있는 파업”이라고도 했다.
이런 분석이 이집트 민중의 투쟁을 지지하고 이에 연대하는 한국 민중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가. KOTRA 김용석 팀장의 분석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때마다 기업 손실액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며 파업을 비난하는 주류 언론들의 분석을 고스란히 이집트에 적용한 것이다.
〈민중의 소리〉는 이집트 혁명 연재 기사에서 저임금과 고물가 등이 가한 경제난이 이집트 혁명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 〈민중의 소리〉가 이집트 저임금 노동자들을 착취해 이윤 추구에 골몰하는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검토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사실 〈민중의 소리〉에 실린 이집트 혁명 연재 기사의 시각도 관조적이다. 예를 들어, 연재 기사 중 ‘이스라엘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서도 여러 교수들을 인용하며 이런저런 가능성을 검토할 뿐이다. 반제국주의 투쟁을 위해 이집트 노동자·민중에게 어떤 과제가 있으며 한국의 노동자·민중이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가 거의 없다.
이런 문제점은 〈민중의 소리〉가 국제주의가 아니라 일국적 관점에 갇혀 있기 때문이며, 최근 들어 주류 언론의 ‘중립성’을 쫓아가면서 문제점이 더욱 강화된 듯하다.
그러나 이집트 혁명을 지지하고 그것의 전진을 바라는 입장에 분명하게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민중의 소리’라고 부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