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한국인 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이주노동자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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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노동자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이 이주노동자 때문이고, 이주노동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지배계급의 논리가 여전히 건설 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진보적 노동조합 활동가들도 이런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현실을 잘 뜯어보면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건설 현장에 젊은 한국인 노동자는 드물다. 철근·목수 노동자들은 1년에 반 가까이 일당을 받지 못하는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 20~30년 일한 기능공이라도 매월 받아가는 임금은 1백80만 원 정도다. 기능공이 아닌 비숙련 노동자들은 한 달에 25일 일한다고 해도 1백50만 원 정도 받을 뿐이다.
수십 년 동안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는 조건,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고용보험 가입자가 열에 한 두 명 정도밖에 안 되는 현실, 1년에 6백 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는 열악한 조건. 이런 건설 현장에 젊은 한국인 노동자가 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한국인이 마다하는 열악한 건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기능공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내국인 노동자들과 한 팀을 이뤄 형·동생처럼 서로 챙겨주며 팀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제 이주노동자가 일하지 않으면 산업이 유지되지 못할 정도로, 이주노동자들은 건설 현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올해 이명박 정부는 외국 인력의 건설업 취업을 조절하고 사진이 붙은 ‘신분증명 카드’를 발급해 이주노동자의 ‘불법 취업’을 금지하겠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이주노동자를 건설 현장으로 유입시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주노동자에게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내쫓아 내국인 노동자와 이간질하겠다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힘든 일을 한 만큼 임금을 보장받고 존경받는 것이다. 저임금과 형편 없는 처우에 대한 건설 노동자들의 불만을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려는 분열 지배에 반대하고, 건설 현장의 한 축인 이주노동자를 조직하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 진정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