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집트 혁명을 집중적으로 다룬 〈레프트21〉 50호 거리 판매를 했는데 준비해 간 신문 20부가 모두 동이 났다.
이곳은 신문 구입자들이 연락처를 남겨 주는 비율이 낮아서 고민이었는데, 이날은 신문 구입자의 절반인 열 명이 연락처를 남겨줬다!
왜 바뀌었을까? 불과 나흘 전 같은 장소에서 판매를 진행했을 때는 줄어든 판매량을 놓고서 “이집트 노동자 파업과 무바라크 퇴진 이후 사태를 보면서 신문과 대중이 느끼는 관심 사이에 간극이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는 판매가 많았던 원인을 우리의 주장이 바뀐 것에서 찾는다. 2009년 창간 이후, 나는 줄곧 거리에서 신문을 권할 때 “반이명박 진보언론 레프트21”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명박의 레임덕이 분명한 지금 “반이명박”이라는 수식어는 이전만큼 급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2월 18일에는 판매 담당자가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신문이라는 것을 강조하자고 했는데 이는 이집트 혁명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고, 10면에 비중있게 실린 ‘반자본주의 연재’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확성기를 들고서 스피치를 했던 나는, 단지 우리 신문이 이집트 혁명 소식을 다룬다는 주장만 하지 않았다. 그 혁명이 민주화에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 한국도 87년 민주화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 죽음이 보여 주듯이 여전히 민중은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자본주의 진보언론 레프트21”을 읽어 보라고 외쳤다.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리는 스피치를 할 때도 형식적 민주화의 한계를 지적하며 체제의 모순과 연결시켰다.
신문을 들고 다니며 행인들에게 구입을 권한 참가자도 〈레프트21〉은 이집트 혁명과 체제의 모순을 들춰내는 신문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우리 신문의 ‘빨간 색깔’을 더욱 자신있게 드러낸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 이집트 소식이 줄고 있지만, 이집트 혁명은 많은 이들에게 기존 질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비록 대안에 있어서는 뿌옇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거리에서 더 공개적으로, 또 공세적으로 자본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주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