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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지난 호 권기봉 씨의 독자편지를 읽고:
학생들이 단결할 수 있는 요구를 고민해야

〈레프트21〉 51호에 권기봉 씨가 기고한 ‘교육대학교 통폐합과 법인화에 맞서 싸울 때’에 대한 이견이 있다.

국공립대학(교대 포함) 통폐합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사범대·교대를 평가해 등급이 낮은 학교들의 정원을 줄이고, 30개 대학을 부실 대학으로 지정해 학자금 대출 한도를 낮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들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으로 대학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권기봉 씨가 주장한 것처럼 “교육 재정을 삭감”하고 “재정적 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할 뿐 아니라 “교육의 공공성과 질이 희생”된다. 따라서 진보적 학생들은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문제는 한밭대(국립 산업대)의 학생 대부분이 충남대 졸업장 받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점이다. 공주교대를 충남대학교, 한밭대학교와 통합하는 것이 설사 신자유주의적 방식이라 하더라도 한밭대생들은 대부분 통합을 지지할 수 있다. 학벌주의적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좀 더 ‘높은 순위’ 대학의 졸업장을 따는 것이 살벌한 취업 경쟁에서 약간이라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받는 대학 학생들의 요구나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단결하기 어렵다. 권기봉 씨의 글에는 이 점이 나와 있지 않아 아쉽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과 정부 당국이 추진하는 방식의 대학 통폐합을 지지하자는 건 아니다. 정부 입장은 차별받는 대학의 학생들을 고려하는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 부산대-밀양대 통합 과정에서도 등록금이 인상되고, 특정 학과가 없어지고, 수업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심지어는 졸업장에 학교에 따른 차등을 두는 등 불합리한 일이 있었다.

그러므로 한밭대 학생들의 처지를 고려하면서도 대학과 정부에 맞서 함께 싸울 수 있는 요구들을 내놓아야 한다.

즉,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을 반대하고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로 지지를 결집시킬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부자 감세 중단하고 (급증하는) 군비를 대폭 삭감하고 그 재원을 교육 재정으로 돌리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