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세계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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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국제연락간사 최일붕은 세계경제의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세계경제의 세 축인 미국과 유럽과 동아시아(특히, 1년 전 일본을 앞지른 중국)가 모두 그 나름의 형태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정치·사회 불안정과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그가 지난 2월 초 다함께 대의원협의회의 도입 세션에서 했던 발제의 내용을 약간만 수정한 것이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지난해 4.6퍼센트 → 올해 3.8퍼센트). 세계경제는 2009년 중반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더니 그만 2010년 2/4분기 이후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이것이 QE2, 즉 미국 정부의 제2차 양적완화 조처의 배경이었다. 신흥 경제도 선두주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09년 3/4분기부터 하락하는 등 이미 2009년 4/4분기를 정점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향후 경기 하강 가능성을 가리키는 지표들도 눈에 띈다. OECD에 6대 신흥국(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남아공·인도네시아)을 더한 국가군의 경기선행지수는 2010년 5월 1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9월까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 교역 증가율도 이미 2009년 4/4분기를 정점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적잖은 사람들이 2008년의 금융 공황이 곧 호황이 뒤따를 경기 순환의 한 하강 주기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짧은 회복기가 끼어들 꽤 오래 지속될 ‘구조적 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1997~98년 한국 등 동아시아 신흥공업국들을 강타했던 위기가 중국을 제외하고(?) 북미와 유럽 지역에 닥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꽤 있다.
금융 위기 이상의 것, 심지어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유형 이상의 것이 문제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좌파적 주장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인식을 더 날카롭게 벼린다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라는 인식에도 도달할 수 있다. 그러면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인식에도 이를 수 있다.
이 점에서 “더블딥 여부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어쨌든 잘못된 출발점”이라는 캘리니코스의 지적이 적절하다(〈소셜리스트 워커〉 제2215호, 2010년 8월 21일치). 캘리니코스는 미국 빌 클린턴 정부의 노동부 장관을 지낸 케인스 학파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의 다음 말을 찬성해 인용한다.
“우리는 여전히 하나의 긴, 커다란 롤러코스터 속에 있다. … [1930년대 대불황이 곧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지속됐듯이 2008년 이후의] 경기 대후퇴도 지속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존 윅스도 “한 커다란 딥[움푹 패인 부분]이 있고 우리가 그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여러 해 동안 몇 차례 경제의 급변과 혼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파괴적일 것이다. 즉,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인생이 망가지고, 경제 일부가 황폐해지는 터무니없는 낭비와 비효율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한편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가격 ‘안정’을 위해서라며 곡물을 바다 속에 버리는 작태를 보라.)
위기는 불균등하게
세계경제가 그렇듯이 그 위기도 불균등하게 발전한다. 모든 나라가 위기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위기의 리듬과 상대적 강도는 지역마다 조금 다르다.
유럽은 미국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럽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도박에 깊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유럽에도 “2중 속도의 유럽”(〈파이낸셜 타임스〉)이 있다. 독일이라는 ‘중심부’와 남유럽 대부분이라는 ‘주변부’로 구분되는 것이다.
반면 라틴아메리카와 동아시아는 서브프라임 도박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지역의 정부들은 은행을 구제하려 금융권에 돈을 퍼붓지 않아도 됐다. 위기는 금융보다는 대미·대유럽 수출 감소의 형태로 닥쳤다.
물론 일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은 막대한 자본 유출로 호된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대체로 말해 라틴아메리카는 1980년대 초중반, 19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초반에 겪은 것과 같은 혹심한 위기를 겪지 않았다.
동아시아도 1997~98년에 겪은 것과 같은 혹독한 위기를 겪지 않았다. 물론 동아시아는 2008년 말에 수출이 30~35퍼센트나 급감해 대량 감원 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부양책 덕분에 동아시아 경제는 2009년 봄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처럼 막대한 액수의 자금(2009년 1조 4천억 달러)을 풀었는데, 미국의 공적자금이 은행 구제금융에 사용된 반면 중국의 자금은 주로 사회기반시설(도로·항만·철도·발전소·통신시설 등) 투자에 사용됐다는 차이점이 있다.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진한 미국의 소비자 수요
요의 부진이고 미국 인구의 압도 다수가 노동계급이므로, 올해 미국 경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실업 관련 수치들을 살펴보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지만 상용직을 얻고 싶은 사람과 일자리 찾기를 단념한 사람을 포함하면 미국의 실업률은 무려 17퍼센트(약 2천6백40만 명)에 이른다. 일자리 있는 성인의 비율은 경기 후퇴 전의 약 63퍼센트 수준에서 58.2퍼센트로 떨어졌다(〈파이낸셜 타임스〉 2010년 12월 4일치).
일자리 수가 경기 후퇴 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20년이 걸린다고 한다(워싱턴 디씨 소재 경제정책연구소 EPI 연구원 하이디 쉬어홀츠의 지적). 게다가 미시건주 오라이언시 소재 GM 공장 노동자와 뉴욕주 공무원 등의 대량 해고도 예정돼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도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는 중간선거 전부터 이미 내핍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다. 이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으므로 내핍 정책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지난달 무려 16일간 벌어진 위스콘신주 노동자들의 역사적인 주의회 의사당 점거 투쟁은 공공지출 삭감의 직접적 결과였다.
물론 미국의 내핍 정책은 그리스나 아일랜드처럼 신속하게 집행되지도 무지막지하게 삭감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다섯 가정 중 한 가정이 끼니 걱정을 해야 할 만큼 빈곤과 대량 실업이 만연한 나라에서 그나마 알량한 수준의 사회복지마저 삭감한다면 실로 영화 ‘윈터스본’의 주인공 가족이 처한 것과 같은 처참한 상황이 더 흔해질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괴담은 유럽의 채무 위기가 미국으로까지 번진다는 시나리오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이 자신에게 투자한 최대 기관투자자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유럽의 위기가 미국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결코 없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10퍼센트 미만이었다.
양적완화의 한계, 그리고 그 영향으로서 근린궁핍화
양적완화(QE)는 정부가 국채(재무부 증권)와 민간 채권(부동산 담보부擔保附)을 사들여 사실상 기업과 은행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폐를 인쇄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으로 새 돈을 만드는 것으로, 돈 찍어 내는 교묘한 방법인 것이다. 미국 정부의 제2차 양적완화 조처(이하 QE2)를 통해 은행들은 막대한 자금을 더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예상과 달리 은행들은 돈을 대출하거나 투자하지 않고 비축해 두거나 자신들의 부채를 상환하는 데 썼다.
그 결과 양적완화는 경기를 회복시키기는커녕 물가 상승을 일으켰을 뿐이다. 통화 가치가 저하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업의 수익성 회복이 의심스러우면 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까 봐 차라리 비축하는 걸 선호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면 그건 그것대로 인플레를 악화시킨다. 원료 구입 경쟁으로 오른 원료 가격 인상이 이윤을 잠식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앞다퉈 상품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돈을 비축하든 아니면 기업들에 대출해 인플레를 악화시키든 노동자와 서민이 그 비용을 부담했다. 인플레로 생활수준이 저하했기 대문이다.
그리고 양적완화로 인한 달러화의 가치 저하는 국제 통화 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G20 직전에 미국이 취한 QE2를 중국과 독일이 날카롭게 비난한 이유다. 이른바 ‘환율전쟁’, 즉 수출 증대를 위한 자국 통화 평가절하 경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환율전쟁’은 ‘무역전쟁’을 부를 수 있다.)
미국의 QE2는 또한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핫머니’, 즉 투기성 단기자금을 몰리게 한다는 점 때문에 이들 나라 지배자들의 불만도 샀다. 양적완화 조처로 투기성 단기자금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감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이 부분과 무역흑자 부분이 합쳐서 일으킬 인플레를 우려해야 했다.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2010년 11월 한 달 동안에만도 전년 대비 무려 4.9퍼센트였다. 이제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잇달아 금리를 올리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양적완화 조처가 “1930년대 대불황기의 특징인 정책들의 업데이트”일 뿐이고, 환율을 ‘근린궁핍화(네 이웃을 거지로 만들라) 정책’, 곧 다른 나라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는 “근린궁핍화 정책은 1930년대에 효과가 없었다. 나라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1930년대의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은 관세 장벽이었다. 관세 장벽은 세계를 서로 적대하는 경제 블록들로 분열시켜 마침내는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오늘날의 ‘환율전쟁’도 지정학적 적대와 맞물리면 그러지 못하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유럽의 내핍 정책과 그에 대한 저항
세계경제의 세 축(미국·유럽·동아시아) 중 지금 가장 심각하게 위기의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 곳은 유럽이다.
전임 IMF 수석경제학자 사이먼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유로존을 주시하고 있는 노련한 분석가들은 대부분 그 지역의 좀더 취약한 정부들의 채무 상환 만기가 예정된 2011년 초에 또 다른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뉴욕 타임스〉 12월 30일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예견해 “닥터둠”(파멸 예언 박사)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해진 케인스 학파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같은 예측을 내놓고 있다. 루비니는 스페인과 심지어 영국도 “더블딥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리스의 국가 부도를 우려하는 예측도 내놓았다.
유로존 내부를 들여다보면 나라에 따라 위기의 형태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아일랜드는 막대한 은행 대출 거품이 꺼지면서 추락한 경우이고, 스페인은 주택 시장이 붕괴하면서 위기에 처하게 된 경우이고, 그리스는 국가가 조세 징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은 경우이다.
그러나 모두 국가 채무의 위기라는 공통의 형태로 수렴했다.
그리고 투기꾼들은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같은 ‘주변부’ 경제들뿐 아니라 스페인·벨기에·이탈리아의 국채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이 취약하다. 독일이 스페인에 내린 지시는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대해서 그랬듯이 공공지출을 더 많이 삭감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핍 조처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주요국 지배자들의 내핍 정책은 1930년대 대불황기 초반의 정책과 본질적으로 같은데, 당시에 정부들의 각종 삭감 정책들은 오히려 불황을 심화시켰을 뿐이다.
임금 삭감, 해고, 복지 지출 삭감 등으로 말미암아 그리스 경제는 더 수축됐다. 그래서 그리스 정부가 GDP의 126.8퍼센트(2010년 11월 현재)나 되는 부채를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그 밖의 몇 나라들은 아마 조만간 부분적인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으로 내몰릴 것 같다.
그러나 부분적인 디폴트조차 또 다른 금융 공황을 촉발할 수 있다. 특히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비교적 큰 경제가 연루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과연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다음과 같은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즉, 은행이 디폴트하게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구제할 수도 없고 … 유로화를 해체하자니 … 해체의 ‘해’ 자만 뻥끗해도 자본 도피 사태가 일어나고 또다시 금융 위기가 발생할 것이고 … 자본 통제 조치를 실시하자니 유럽 단일 시장 유지와 양립할 수 없고 … 심지어 EU 자체와도 양립 불가능하고 …
게다가 이런 쟁점들 각각에 대해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정부들 간에 날카롭게 분열하게 된다. 최근 재정 위기를 둘러싼 EU 내분은 EU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분열이었다.
더구나 심각한 경제 위기의 해결책을 자처하며 우익 포퓰리스트 민족주의 정당들이 등장하자 그로부터 압력을 받는 우파 또는 중도좌파 정부들이 민족주의를 수용하는 바람에 EU의 내분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비록 당장에 EU가 해체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유럽 노동계급만이 [승리하여] 유럽을 연합시킬 수 있다”는 트로츠키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럽 지배계급들은 자기들끼리는 언쟁하더라도 노동계급 착취에 대해서는 단결하려 애쓸 것이다. 특히 내핍 강요 문제는 올해도 여전하다.
복지가 삭감당하는 노동계급도 저항하겠지만,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학생과 무직 청년·청소년의 급진화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무려 40퍼센트다. 이탈리아·스웨덴·프랑스는 25퍼센트, 미국과 영국은 20퍼센트다. 특히 지난해 11월 영국 대학생 5만 명의 격렬한 소요 사태는 지난달 26일 50만 노동자 런던 도심 대행진을 촉발한 자극제가 됐다.
중국의 물가 상승과 부동산 거품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액수의 자금을 푼 탓에 중국은 높은 인플레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거품을 겪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리다오쿠이(李稻葵)는 중국의 주택 시장 거품이 2007~08년 미국과 영국의 주택 시장 거품보다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시의 땅값을 다 더하면 미국을 사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있을 정도다.(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직전 도쿄의 부동산 시가총액이 바로 미국을 사고도 남을 정도였다.)
또, 베이징 시와 상하이 시의 땅값을 다 더하면 미·일·독·불·영 5개국의 국내총생산 GDP를 다 합친 것보다 크다는 계산도 있다!
이제 중국 가구의 85퍼센트는 자택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다. 곳곳에 빈 아파트들이 유령 단지들을 이루고 있는데도 말이다.(보통의 공장 노동자가 베이징 시의 이런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주말에도 쉬지 않고 무려 1백70년을 일해야 한다.) 초저임금을 받고 이 아파트들의 건설 현장에서 일한 농민공(農民工)들은 임시변통의 판잣집이나 천막에서 산다.(중국 전역의 2억 농민공이 받는 임금이 설사 30퍼센트 인상돼도 높은 물가 수준 때문에 그들은 도시에서 살 수 없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중국 공산품의 최대 수출 시장인 유럽과 미국이 각각 국가 부채 급증과 소비자 수요 하락을 겪고 있어서 중국 제조업의 이윤이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조업체나 에너지 기업들은 부동산 투기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아 이 돈을 부동산 투기에 썼다. 지방 정부조차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을 정도다.
양적완화 조처 덕분에 사실상 금리가 영零에 가까운 미국의 자본들도 물론 부동산 투기에 열심히 뛰어들었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경우 폭발적으로 나타날 경제적·사회적 결과를 우려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와 함께 금리 인상을 연거푸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경기 감속 정책이 효과를 내면 그동안 중국에 정교한 제조업 제품을 수출해 경기가 회복된 독일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고, 그러면 유럽은 경제적 견인차를 잃게 되는 것이다.
물론 중국 경제는 감속(연착륙)이 아니라 추락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중국발 세계 금융 공황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로 일어날 수 있다. 부채 수준, 특히 부동산 투기에 뛰어든 지방 정부의 부채 수준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내수 전환
‘G2’에 대한 무성한 얘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경제의 규모는 미국 경제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게다가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국내총생산GDP로 계산한)은 겨우 3천6백 달러밖에 안 된다.
이 소득 수준은 IMF의 2009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 98위로, 빈국들인 알바니아와 엘살바도르 사이에 놓이는 것이다!(이처럼 ‘나라는 부유해졌지만 국민은 여전히 가난하다’는 사실 때문에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하는 〈2010년 사회동향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국민적 긍지”가 지난 몇 년 새 많이 낮아졌다.)
이런 낮은 소득 수준으로는 중국 안팎의 주류 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대로 지금의 수출 중심 경제 모델에서 내수 중심 경제 모델로 전환하는 게 매우 어렵다.
순전한 경제 논리로만 본다면, 무역 흑자국인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고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면 무역 적자국인 미국에 숨 돌릴 기회를 주고 미국 소비자들의 과도한 채무를 덜어줄 것이다.
자본 도피
그러나 현실의 계급 관계들을 고려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내수 시장이 확대되려면 실질임금이 상당히 인상돼야 한다. 하지만 실질임금이 상당히 오르면 낮은 임금을 찾아 자본(중국계든 외국계든) 도피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중국의(또한 세계의) 지배자들은 수출 중심 전략을 고수하거나 그 전략으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또, ‘환율전쟁’을 감수하면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 할 것이다. 즉, 근린궁핍화 정책’[이 용어에 관해서는 양적완화 관련 기사를 보라]이 다시 유력해지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가 그렇듯이, 개별 지배계급의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행위가 체제 전체의 관점에서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유럽이 국가 채무 급증 등 경제적 격변과 혼란을 겪으면서 노동계급에 내핍을 강요하고 있고 미국의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서, 중국의 제조업 과잉 설비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매우 낮다 해서 중국의 억만장자 수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1억 5천만 명이 극빈 상태로 사는데 말이다.
이런 엄청난 빈부격차 때문에 중국 지배자들이 이집트 혁명의 열기가 중국에까지 불어오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정부는 ‘이집트’라는 검색어를 걸러내라고 사이버 수사대에 지시했다.
중국인들이 보기에 이집트 혁명은 너무도 1989년 텐안먼 항쟁과 닮았다. 특히, 독재, 부패, 식료품 가격 급상승, 높은 청년 실업, 빈부격차 등의 원인들이 비슷하다. 게다가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집트의 3분의 2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