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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노조 통합이 단결에 더 이롭다

이 글은 〈레프트21〉 54호 지면에 실린 기사의 전문이다.

지난해 말 전 사회적 지지를 받았던 현대차 비정규직 공장 점거파업이 정규직 노조 이경훈 집행부의 노골적 투쟁 회피와 굴욕적 타협 강요로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한 채 소강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정규직 활동가들 사이에서 노조 통합에 대한 찬반 입장이 갈리고 있는 듯하다.

나는 얼마 전 ‘다함께’ 울산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해 연대사를 했는데(이날 현대차 활동가들이 많이 참가했다), “지금 현대차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고 “투쟁을 통해 단결하는 것과 노조를 통합해 단결하는 것이 전혀 다르지 않은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개소식 뒤풀이에서 참가자 30여 명이 가장 많이 토론한 내용이 바로 이 문제였다.

그런데 일부 비정규직 투사들은 “지금 노조를 통합하면 이경훈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우린 정규직화 투쟁을 하는 것이지 노조 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다”, “비정규직이 단결해야지 정규직에 의지하면 안 된다” 하며 이경훈 집행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노조 통합을 반대했다.

반대로, 내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비정규직지회 비상대책위원회 활동가는 나를 부르더니 “이 친구 좀 설득해 주소. 난 동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도대체 말이 안통하네예” 하며 나를 끌고 갔다.

내가 노조 통합에 반대하는 동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정규직화 투쟁하는 거 맞죠? 정규직화 되면 정규직 조합원이 당연히 되죠? 그런데 그걸 좀 빨리 하자는 것이 왜 비정규직 투쟁을 약화 시키죠?” 하고 주장하자 한동안 말을 못했다.

일부 동지들은 이경훈 집행부 때문에 통합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나는 “정규직 조합원·활동가 들과 단결하기 위해 통합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또 기아차 사례도 말했다.

“기아차는 노조 통합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투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차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신차종 전개나 UPH(생산라인 속도) 조정 협상 때마다 수십 명씩 잘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똑같이 조합비를 내고 투표권을 행사하니 비정규직 투쟁을 비난하던 우파 세력들도 대의원대회와 공개적인 홍보물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집행부에 촉구하는 실정이다.”

기아차는 비정규직 비율이 현대의 4분의 1도 안 될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대부분이 생산 지원 부문에 종사한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은 직접 생산 공정에만 전체 노동자의 25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1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매우 젊고 활력 있다. 똑같이 일하고도 차별받은 기간이 수년 이상이다.

이들은 남한 최대의 노조인 현대차지부에 가입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노조 통합은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에 중요한 한 고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정규직 노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현대차 노동자운동의 지각 변동을 부를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차의 일부 좌파 현장조직이 (‘비정규직의 독립적인 투쟁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기아차 사례를 들어 노조 통합이 정규직화 투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다.

이들이 ‘대공장 노조운동은 보수화해 더는 희망이 없다’고 여긴다면, 솔직하게 독립노조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 더 일관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기본은 더 크게 단결하는 것이다. 투쟁할 때는 정규직과 단결을 주장하면서 조직적 통합에는 반대하는 것은 모순일 뿐 아니라 설득력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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