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연쇄 자살:
서남표 총장 퇴진하고 경쟁 교육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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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점 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한 학생이 카이스트 교정에 붙인 대자보)
최근 4개월 동안 학생 네 명과 교수 한 명이 자살한 카이스트 사태는 경쟁 교육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카이스트는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 정책의 모범으로 일컬어졌다. <조선일보>는 “KAIST 응원하고 KAIST 본받아야”(2008년 3월 3일치 사설)한다고 주장했고, <동아일보>도 “KAIST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다른 대학들도 카이스트처럼 하라고 촉구했다.
또 카이스트는 1971년 당시부터 법인으로 출범해, 최근 서울대 등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 학교들의 모델이기도 하다.
서남표 총장은 2007년 발표한 “KAIST 발전 5개년 계획”에서 “세계 10대 대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이루려면 “현재의 정부 지원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부금 조성, 차입, 등록금 징수 등”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제까지 없던 학생 등록금이 도입했다. 성적에 따라 차등 책정된 등록금은 학생들에게 가혹한 채찍이었다. 학점이 B 이상인 학생은 등록금이 무료였지만 B-에서 C인 학생들은 0.01학점당 6만 원씩을 내야 했다. C- 이하 학점을 받으면 6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전액 내야 했다.
지난해 학생 8명 중 1명이 등록금이라는 ‘징벌’을 당했고, 이 학생들은 재정적 압박뿐 아니라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혀야 했다.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명목으로 1백 퍼센트 영어강의도 도입됐다. 일본어, 수학 등도 모두 영어로 강의하는 것은 많은 교수들이 지적했듯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강제적인 영어강의는 강의하기도, 알아듣기도 힘들어 온갖 비효율을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휴학하는 학생들이 2009년 6백20명에서 2011년 8백64명으로 늘었고, 급기야 올해 연쇄 자살로 이어졌다.
서남표식 “경쟁력 강화 정책”은 교수와 직원에게도 큰 고통을 가했다.
서남표 총장은 “교수나 직원도 채용되면 거의 정년이 보장되는 것이 문제”라며 교수와 직원을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구조조정했다.
2007년도에는 정년 심사에서 교수 40퍼센트를 탈락시키며 구조조정을 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경쟁 몰이
이런 경쟁 몰이는 학생과 교수들이 진정으로 학문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성과에 집착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오로지 높은 학점을 위해 학문 그 자체보다는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을 공부합니다. … 지금 카이스트는 숨 죄어 오는 무한경쟁에 등 떠밀려 하루하루 과제를 틀어막기에 바쁜 ‘톱니바퀴’를 찍어낼 뿐입니다.”(카이스트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성명서)
한 숨진 학생의 친구는 “번뜩이는 수학적 재능을 가졌던 친구가 카이스트에 들어오고 나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고 말했다.
경쟁 교육이 반짝이던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국 파멸로 내몬 것이다. 경쟁이 학생이 발전하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런데도 서남표 총장은 “미국 명문대는 자살률이 더 높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그 자신은 학위 수여 비리 등을 저지르고, 성과급 5천6백만 원을 부당하게 챙기며 돈을 벌었으면서 말이다.
학교를 죽음의 장으로 만들면서, 온갖 부당 이익을 챙긴 서남표 총장은 당장 퇴진해야 한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는 4월 4일 기자회견을 해 서남표 총장 사퇴를 촉구했다. 진보정당도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60명이 넘는 카이스트 교수도 서남표 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카이스트 학생들도 4월 13일 비상학생총회를 열어 서남표 총장이 “경쟁 위주의 제도 개혁”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학생들의 요구안을 관철할 계획이다.
‘징벌적 등록금 정책’과 1백 퍼센트 영어 강의, 제한적인 재수강 제도 등 비민주적인 학사행정은 폐지돼야 한다.
이번 일은 카이스트 내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며 카이스트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려 한다. 그리고 사립대학들도 경쟁력 논리를 들먹이며 수익성을 강화하면서 학생들을 더욱 경쟁시키고, 영어강의를 확대하는 등 카이스트와 비슷한 일을 벌이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도 경쟁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은 매해 평균 2백30여 명이 자살한다. 청소년도 지난해 2백 명이 자살했다.
카이스트 사태를 계기로 이런 끔찍한 경쟁 교육을 폐지시키는 운동이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