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정규직 자녀 우선 채용’ 요구는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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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현대차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장기근속 정규직 자녀 우선 채용’ 요구가 채택되고 말았다.
이제 “비정규직의 고통”, “정규직 특혜 대물림” 운운하며 현대차 노조를 비난하는 조중동은 더욱 신이 날 것이다.
물론 뻣속까지 친재벌적인 이들은 현대차 노조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재벌과 조중동은 온갖 특권, 재산, 권력을 대물림하고 세습해 온 장본인 아니던가. 또 지난해 현대차 비정규직 점거파업을 “불법”이라고 비난하고 정규직 노조 이경훈 집행부의 실리주의 노선을 찬양하지 않았던가.
조중동은 이번 사건을 은근슬쩍 ‘정규직·강성노조의 타락’으로도 몰고 있다. 현대차 등에서 곧 시작될 임단투(임금·단체협약 투쟁)를 앞두고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매도해 투쟁을 가로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특혜’ 요구와 임단투는 구별돼야 한다.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현대차 노조의 투쟁은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정당하고 지지받아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잘못된 ‘특혜’ 요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것은 취업난에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과 특히, 지금도 혹독한 탄압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이 노동자들은 지난 파업 때 연대를 외면했던 이경훈 집행부의 행태를 기억하고 있다.
이경훈 집행부는 ‘기아차·GM대우차에서도 정규직 자녀 우선 채용이 시행되고 있다’고 변명하지만, 이것도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군 가산점제가 여성 등 군 미필자들을 차별하는 조처였던 것처럼, 정규직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도 다른 비정규직·구직자 들을 차별하는 정의롭지 못한 요구다. 그래서 기아차·GM대우차 노조도 불공평한 ‘특혜’ 폐지에 나서야 한다.
물론, 1998년 현대차 사측의 대량해고 시도 이후 “정규직도 ‘여기서 밀려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을 갖고”(〈한겨레〉)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 자식이 비정규직으로 고통받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 투쟁을 건설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식만 비정규직이 안 되게 하자’는 식의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지난해 비정규직 파업을 배신했던 이경훈 집행부는 일부 후진적 조합원들에 영합해 이런 협소한 안을 추진했다.
이것은 정규직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비정규직이 등을 돌리고 사회적으로 고립될수록 사측이 정규직을 공격하기 쉬워질 것이다.
따라서 최근 현대차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이 잘못된 안이 통과된 것은 정말 애석한 일이다.
‘특혜’ 요구안을 삭제하자는 주장은 28표가 모자라 안타깝게 부결됐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다행히 좌파 활동가가 제기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도 채택됐다.
좌파 활동가들이 미리부터 대대적으로 ‘특혜’ 요구안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을 촉구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특혜’ 요구안에 공동으로 반대하기로 한 7개 제 현장조직들은 이런 주장을 리플릿·대자보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사실상 적극적인 공동 대응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이런 뼈아픈 일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활동가들은 이 잘못된 요구안이 철회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하며 이번 대의원대회를 교훈 삼아, 독립적인 주장과 실천을 강화하며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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