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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집시법 토론회 참가기: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공감대와 쟁점들

이명박 정부가 집시법의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이용하면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얼마 전 이를 비판하는 학술발표회 “집시법의 신고제의 위헌성과 미신고집회 처벌의 문제점”이 열렸다.

나도 〈레프트21〉 거리 판매를 하다가 미신고 집회 혐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받고 있어 이 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참가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최은아 활동가는 신고대상이 아닌 1인 시위, 문화제, 기자회견 등을 경찰이 자체 ‘매뉴얼’에 따라 규제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를 통해 “집회에 대한 사전 검열”을 노린다는 것이다.

신고제의 위헌성을 제기하는 주장들도 나왔다. 배제대 김종서 교수는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검열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서강대 이호중 교수도 “사실상 경찰이 집회의 주장 내용을 근거로 집회 금지 통고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현행 신고제는] 허가제를 금하는 헌법의 이념에 정면으로 반한다” 하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이기도 한 고려대 박경신 교수는 “[신고제가] 내용 규제 목적으로 남용될 경우 위헌”이지만, 아직 그런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으므로 “통계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다른 발제자들과 달리 신고제가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신고제는 이미 “내용 규제 목적”으로 남용되고 있다. 나는 청중 발언 시간에 〈레프트21〉 탄압 사례를 말했다. 최은아 활동가도 “용산 참사 항의 운동으로 받은 [집시법 위반] 벌금이 8천만 원에 이른다. 사후 처벌이 이 정도라는 것은 사실 어떤 얘기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헌

그런데 아쉽게도 대다수 발제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막 나가는 규제와 처벌은 반대하면서도, “공공질서에 대한 위협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경우”(김종서 교수)에는 사후 규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위협”은 대체로 시위대의 폭력을 뜻했다.

그러나 집회 현장에서 조직적으로 무장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쪽은 주로 경찰이다. 시위대는 대체로 비무장이거나, 경찰 폭력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물리력을 사용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의 폭력을 문제 삼아 규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한편 박경신 교수는 좀 더 폭 넓은 규제 조처를 주장했다. 집회장 쓰레기에 물리는 벌금 같은 규제는 “비내용적 규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든 폭력이든 그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집회 규제는 얼마든지 집회의 자유를 제약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 반대 운동을 공격하려고 집회장 쓰레기에 벌금을 물렸던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김종서 교수는 집시법과 신고제 폐지를 주장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국가가 방해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참가자들은 이 주장이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취급하는 듯했다.

그러나 투쟁을 조직한다면 집시법 폐지는 가능하다. 강원대 문병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1918년 독일 혁명으로 집회 허가제가 폐지되고 아무런 제한이 없어졌다.” 혁명으로 노동자 민중이 완전한 민주주의를 쟁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