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건국대학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황당한 결정이 내려졌다. 생활도서관을 총학생회 산하 공식 학생기구에서 삭제하는 문제를 다음 임시 전학대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생활도서관을 폐지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활도서관 폐지를 주장하는 학생대표들은 생활도서관의 “진보 편향성”과 생활도서관이 주최하는 강연회에 참가하는 학생이 적다는 것을 그 논거로 든다.
물론 생활도서관이 “좌편향적인 것”, 다시 말해 진보적인 담론을 다룬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점이 왜 비난받아야 할 점이란 말인가?
대학이 자본의 시녀로서 존재하며 취업학원으로 전락해 주류 담론만을 생산하고 대학생 하나하나를 상품화하는 시대에 대안을 찾고 체제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 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 바로 그 상황이 생활도서관을 있게 했던 시대상이다.
일부 대의원들은 진보적 학문에 대한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소수라고 여기고, 이런 소수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학생회비가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은 극히 표피적이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같은 책들이 대학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오늘날 많은 학생들이 보수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주류 담론이 아닌 다른 대안을 갈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이러한 경향이 건국대학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생활도서관의 활동은 학생대표들로부터 비난받아야 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고무돼야 할 일이다.
현재 생활도서관 수습위원들은 생활도서관을 지켜내는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도서관을 지키는 것은 학내의 진보적 담론 형성의 장을 지켜내는 일이다. 생활도서관이 대학이라는 사막 속에서 진보적 사상에 목마른 학생들의 오아시스로서 계속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