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더 싸운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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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화여대는 신입생 등록금을 2.5퍼센트 인상했다. 약대는 9퍼센트나 올랐다. 지난해 이화여대 평균 등록금은 8백81만 9천 원이었고, 예술 계열은 이미 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렇게 오르는 등록금은 노동계급의 가정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다.
학교는 앓는 소리를 하지만, 뒤로는 7천3백억 원이 넘는 돈을 쌓아 두고 있다.
이런 높은 등록금을 내고도 학생들은 교수님이 부족해 자기 전공 수업조차 듣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 자치 활동을 할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고, 냉난방 시설조차 제대로 없는 건물이 많다.
이런 불만이 쌓여 올해 이화여대 학생들은 5년 만에 학생 총회를 성사시키고, 등록금 인상 철회, 장학금 확충, 자치 공간 확충 등을 결의했다.
채플 거부
일주일간 사상 초유의 채플 거부 운동도 벌였다.
첫날에는 4백여 명이 채플이 열리는 대강당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고, 집회 마지막 날에도 3분의 2 이상이 채플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자 학교 당국은 몇 가지 양보안을 내놓았다. 등록금 인상분의 절반인 4억 원을 장학금으로 돌리고, 그밖에도 냉난방 시설 개선, 학생회실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는 교육 투쟁의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총장은 “등록금 인상분 반환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학생들은 학교의 양보안을 수용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투쟁을 지속·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올해 신입생 등록금 인상이 내년 전체 학생 등록금 인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채플 거부 운동 이후 열흘 동안 아무런 투쟁도 조직하지 않던 총학생회는 지금의 양보안이 “학교가 줄 수 있는 최대의 답변”이라고 말한다. “이 투쟁이 흐지부지될 경우, 현재 학교에게 받은 답변에 훨씬 못 미치는 답을 받고 끝내게 될 수도 있다”면서 사실상 양보안을 수용하고 싶어 한다.
총학생회는 더 큰 투쟁을 조직할 만한 동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총회에 참가한 2천여 명의 결의와 불만이 갑자기 사라지진 않는다. 전 사회적으로도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높다.
오히려 총학생회가 투쟁을 조직해야 할 시기에 시간을 끌어 투쟁에 김을 뺀 것이 문제다.
총학생회는 한국대학생연합이 제안하고 있는 4~6월 대정부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내 투쟁을 회피해서는 진정으로 위력적인 대정부 투쟁을 건설하기도 힘들다.
현재 중앙운영위원회는 5월 2일과 3일 총투표를 해서 학교의 양보안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학교의 미흡한 양보안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리고 투쟁을 지속·확대해야 한다. 일시적인 채플 거부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정치적 초점을 만드는 대중적인 점거 농성이 필요하다. 청소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통해 학생들의 지지를 모으고 학교를 압박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학내에서 동아리 연합회, 다함께 이대 모임, 동아리 ‘함께 만드는 변화’ 등이 투쟁을 지속하자는 호소를 하고 있다. “학교의 양보안을 수용할 것이 아니라 교육 투쟁을 지속·확대하자”는 내용으로 유인물 수천 부를 뿌리며 홍보전을 했고 이후에도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