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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노동자가 말하는:
경쟁에 반대한다

‘세계 10대 대학’이 되기 위한 경쟁력을 키우려 했던 카이스트는 ‘로봇 영재’를 비롯한 어린 인재들을 자살로 몰아갔다. 학생들이 연달아 자살하는데도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는 ‘카이스트 운영을 잘했으니 사퇴할 마음이 없다’고 한다. 40년 만에 처음 열린 카이스트 학생비상 총회에서도 서남표 사퇴 요구는 제기되지 않았다.

여전히 일부 학생들은 경쟁 교육의 최전선을 진휘했던 서남표 총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건 아마도 경쟁에 대한 오래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과도한 경쟁은 문제이지만 적정한 경쟁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믿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경쟁을 해야 최선을 다하리라는 경쟁 신화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경쟁 속에서 자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점수에 따라 줄 세우고, 가장 먼저 문제를 푼 학생에게 보상을 주거나 발표를 하면 가산점을 준다.

어린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블록으로 뭔가를 만들며 논다. 서로 블록을 하나씩 갖다 붙이면서 뭔가가 완성이 되면 박수를 치고 좋아한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각자 뭔가를 만들고는 누구 것이 더 멋진가를 묻는다. 더 멋지다는 말을 들은 아이는 참 신나하지만 덜 멋지다는 말을 들은 아이는 시무룩해지고 심하면 상대 아이의 작품을 박살내 버린다.

이처럼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살다보니,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모두 경쟁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런 식으로 경쟁이라는 말이 오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나 자신과의 경쟁”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2차 방정식이나 미적분 문제를 풀 능력을 기르려고 하거나, 핵발전소의 구조와 방사능 피해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경쟁은 아니다. 내가 1등이 되려면 다른 누군가는 1등이 될 수 없는 것이 경쟁이다.

어디서나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 살다보면 경쟁이 있어야만 재미있다는 생각도 나온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는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들이 다른 사람의 노래를 편곡해서 불렀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 5백 명이 채점을 하고, 최하의 점수를 받은 가수는 탈락한다.

각자 개성이 다른 가수들이 자신의 색깔에 맞는 노래를 부르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그런데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지고 노래부르는 이들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이것은 경쟁일 수가 없다. 경쟁일 수 없는 것을 경쟁으로 부추기는 이 사회가 웃긴 것이다.

아름다운 협력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만연한 사회에서 교육학자 알피 콘이 쓴 《경쟁에 반대한다》라는 책은 해독제 구실을 한다. 알피 콘은 경쟁이 필연적인가, 더 생산적인가, 더 재미있는가 등의 문제를 차례로 검토하며 경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리고 이 책은 경쟁과 교육적 성취에 관한 교육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이 거의 예외없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수준이 낮거나 중간 정도인 학생이 각각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과 협동하여 학습하면 더 잘 배우게 되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다.”

다시 말해,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학습 방법이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경쟁학습보다 협동학습이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올해 3월부터 협동학습을 시작했다. 모둠을 만들고 모둠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학습에 전혀 뜻이 없는 아이들과 월등한 능력을 갖춘 아이들은 협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학습에 뜻이 없는 아이들은 이미 경쟁학습에서 여러 번 실패를 맛보았기에 자신은 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고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아이는 혼자서 문제 해결을 다하고 다른 책을 읽고 있다. 같이 협력하고, 의견을 나눌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달간의 협동 학습을 끝내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협동학습이 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친구의 생각을 알게 돼서 좋고, 함께 문제 해결을 하니까 서로 더 친해지는 기분이란다. 아직 서툴지만 아이들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경쟁은 성적이 좋은 아이에게는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안겨 주고, 성적이 낮은 아이는 아예 포기하게 만든다.

경쟁 신화에 길들여진 우리는 경쟁 신화를 필요로 하는 자가 누구이며 그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해야 한다.

동물은 이산화탄소를 내놓고 산소를 필요로 한다. 식물은 산소를 내놓고 이산화탄소를 필요로한다. 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협력 관계가 바로 우리가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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