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버스 파업이 다섯 달째로 접어들고 지도부가 25미터 망루 위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에 돌입한 지도 한 달이 다 돼가고 있지만, 저들은 버티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그러는 동안 최근 버스 사업주가 벌인 수십억 원대 횡령·비자금 조성 사건이 드러나는 등 비리가 썩은 진물이 흐르듯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버스 사업주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아 온 도지사 김완주는 사측을 편들고 폭력적으로 대체 버스를 탈취한 노동자들의 적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김완주의 딸 결혼식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반년 가까이 거리를 헤매며 폭력 탄압을 당해 온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전주시장 송하진도 버스 사업주들에게 연간 1백50억 원이나 되는 보조금을 줬고, 이런 세금 사용 내역을 밝히길 거부하고 있는 사업주들을 방관하고 있다.
이런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반노동 행태 때문에 노동자들은 손학규 대표 낙선운동까지 벌였다. 그리고 이것은 민주당에게 실질적 압력이 됐다.
그래서 정동영은 부랴부랴 전주까지 내려와 낙선운동 보류를 설득하며, 4월 22일 노·사·정 논의 테이블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측은 협상장에 나오지 않았고 회동은 무산됐다. 한국노총의 친사용자 노조 지도부는 “민주노총을 편들지 말라”며 기습적인 운행 거부를 벌였다. 민주노조 인정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을까 봐 실력 행사에 나섰던 것이다. 이것은 파업 노동자들을 두 번 울게 만드는 반노동자적 행위다.
한국노총의 친사용자 노조 지도부는 그동안에도 사측을 도와 파업을 깨려고 애썼다. 조합원들에게 대체버스 운행을 강요하며 3~6일까지 휴무 없이 일하도록 만들었다. 사측이 시 보조금을 챙기려고 이런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번 협상 결렬은 버스 사업주들이 얼마나 악질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 줬다. 따라서 민주당 지자체장들은 버스 사업주들의 면허권을 환수해야 한다. 적당한 시늉과 눈속임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파업 노동자들은 보궐선거를 기회로 삼아 민주당에게 정치적 압력을 넣으며 사태 해결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도 진보정당 지도부들이 야권연합에 매달려 전북 버스 사측을 편드는 민주당 지자체장들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지역구 구의원 보궐선거에선 진보정당들 지도부가 옳게도 버스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민주당에 맞서고 있다. 국민참여당과 연합에 연연하느라 버스 사업주들의 ‘사업권 환수’ 같은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지만 말이다.
진보진영은 선거를 기회 삼아 전북 버스 파업을 정당성을 주장하며 사측과 민주당 지자체장들을 압박해야 한다. 노동자들도 이번 기회를 활용해 더 넓은 지지·연대와 항의를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