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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혁명에 개입하는 서방 국가들의 진정한 의도

지금(4월 24일)도 시리아, 예멘에서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독재 정부는 한편으로 사임 약속을 흘리거나(예멘), 무려 48년간이나 유지했던 비상사태 해제, 시위 보장, 시위 구속자 석방 등을 약속(시리아)하면서도 무차별 총격으로 시위대를 공격해 1백20명을 살해(시리아)하고 있다. 독재 정부들은 점증하는 압력에 위협을 느끼고 양보 조처를 취하거나 그마저도 번복하거나 배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위대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1. 반제국주의 시위로 확대 차단

현재 미국은 즉시 시리아(그 직전에는 리비아의 카다피)에 대한 비난을 퍼붓고 나서는가 하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중동 혁명 초기에 안절부절 못하거나 독재자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시위를 자제하라고 했던 지난 행보와는 현격히 다른 모습이다. 서방 국가들은 마치 중동 민주화의 지지자인 양, '인도주의'적 개입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어서 역겹기 그지없지만 말이다.

최근에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을 인용하면서 미국 정부가 시리아 내의 반정부 단체들에 6백만 달러를 지원했다는 소식을 흘리고 있다. 또한 미국은 시리아 정부 뒤에서 이란이 돕고 있다는 성명을 14일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 당시 ‘물적 증거’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면서까지 졸속적인 발표를 한 배경에는 소위 반미 정서 차단하기에 이들이 얼마나 급급한가를 보여 준다. 이런 지배자들의 일련의 행동의 의도는 하나같이 반제국주의 정서가 중동 혁명에 결합되는 것을 방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은 중동 혁명 참가자들의 시야가 정부 교체까지만 머물도록 마지노선을 긋고자 교란시키는 것이다. 중동 혁명의 영향으로 자신의 점령지인 이라크에서조차 부패 정부(미국의 꼭두각시 정부)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을 정도니, '똘마니' 이라크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식민 점령과 중동 억압의 주범인 서방 제국들에 반대하는 정서(반제국주의 정서)로 옮아가는 것은 서방 국가들에겐 시간문제로 보였을 것이다.

2. 친 제국주의, 신자유주의화

한편 리비아와 시리아 등 이른바 '반미 국가'로 알려진 독재 국가들(실제 반미 국가의 허울조차도 이미 벗어던진 나라들)에서의 시위는 한편으로 서방 국가들에겐 기회가 됐을 것이다. 두 국가는 태생적으로 식민지 해방 투쟁을 통해 정권이 탄생했고 시리아는 '악의 축'으로 분류된 국가였다.(하지만 최근에는 서방 제국들의 질서에 편입해 있던 국가들이고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오랜 독재와 민중에 대한 착취로 얼룩진 부패 정권이었다.)

이들은 비록 제국주의 질서의 한 부분이기는 했지만 미국의 의사를 고분고분 따르는 여타 중동 국가들보다는 독립적이고 까칠했다.

서방 국가들은 지금의 중동 혁명을 잠재울 수 없다면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기회주의적으로 혁명에 편승해 결과적으로 더 친서방적이고 더 신자유주의적인 요구를 수용하게끔 상황을 전환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서방 제국들은 혁명이 일어난 곳에 석유 이권 문제, 그간 제국주의와 협력했던 여러 약속들을 유지해 주기, 지금의 혁명 이데올로기인 자유, 민주주의 등에 친서방 꼬리표를 달면서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기 등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있다.

정치 혁명이 성공한 나라에서 이런 서방의 개입은 사회 혁명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충돌하고 있다. 내전이 진행 중인 리비아에서 서방의 군사개입은 혁명 역량 상승의 기회를 앗아갔다. 또한 시위가 발전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운동의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시오니스트들의 공작은 시리아 정부에게 운동을 비난하면서 운동을 분열시키고 교란할 구실을 만들어 줬다. 그리고 시위와 혁명이 일어나는 곳에서 혁명세력 중 일부가 서방 국가들과 협력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할수록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반제국주의 요구와 결합이 절실한 곳에서 혁명이 전이되는 것을 가로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3. 제국주의 수법의 한계

하지만 제국주의에 협력했던 중동 국가들은 혼란과 분열에 빠졌다. 중동 국가들로서는 미국이 중동 내에서 제국주의 입지 보호를 위해 꼬리 자르기(정권교체), 혁명에 편승해 이권 유지 및 확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자유주의 일간지 〈하아레츠〉의 ‘아리 샤비트’는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조치가 배신이라며 분노했다. 강대국에 의존했던 자신들이 언제고 배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마르크스21》 9호 '아랍혁명의 귀환', 알렉스 캘리니코스)

무엇보다 혁명으로 서방 제국들은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자신들에 협력했던 안정된 독재자들을 잃었다.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그간 공들여 자신들의 질서에 편입시켰던 독재자들을 자신들에 등돌리게 만들었다. 이들 국가에서 기존에 제국주의가 구축했던 영향력을 회복한다는 것 조차 도박이 돼 버렸다. 중동 질서 재편을 시도한다고 해도 미국이 원해서 뛰어든 도박이 아니라 상황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온 것이다. 지금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조차도 독자적인 점령이 어려운 데다가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형편이라서 리비아 등지에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도 다른 제국들과 공동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독재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모순 때문에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독재자 한 명을 몰아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혁명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그간 믿었던 강대국을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에 독재자들의 행동도 더욱 필사적이다. 이 독재자들의 극심한 탄압이 투쟁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는 지배자들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향인데 위기가 가속화할수록 지배자들의 운신의 폭은 줄어들 것이고 지배자들 간 관계 유지와 통일된 행동이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제국주의가 혁명과 투쟁을 교란시킬지라도 상황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당장 리비아 혁명이 답보상태를 보이는 것 같고, 시리아 등 여타 지역의 상황이 유동적이고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혁명이 더 단호하게 적들을 밀어붙인다면 예기치 않은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