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 ― 미국 제국주의의 친구에서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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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은 종종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의 벙커에 숨어 전 세계 테러 활동을 ‘총지휘’하는 것처럼 그려질 때가 있었다. 이것은 빈 라덴의 적뿐 아니라 빈 라덴 자신도 만족한 신화였다.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과 워싱턴을 공격한 것은 알카에다였다. 그러나 알카에다는 꽉 짜인 조직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더 느슨해졌다.
중동에서 갈수록 많은 사람이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길 원하면서 빈 라덴에 대한 지지도 늘었다. 미국 정부는 빈 라덴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겨우 60킬로미터 떨어진 병영 도시인 아보타바드의 한 저택에서 죽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빈 라덴이 파키스탄 군부 고위 인사의 지원을 받았음을 암시한다.
사실, 빈 라덴은 오랫동안 미국의 동맹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예멘 출신 부동산 백만장자였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가문이었다.
빈 라덴은 1980년대 러시아군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맞선 싸움에서 미국 정부와 손을 잡았다. 그는 ‘공산주의자들’이 무슬림 국가를 침략한 데 분노했다.
CIA는 파키스탄 군정보국(ISI)을 통해 빈 라덴에게 자금을 전달했다. 1992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인 10만 명이 이 자금으로 훈련을 받았다.
빈 라덴은 이슬람의 한 형태인 와하비주의를 확산시키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계획에 보조를 맞췄다. 이것은 다른 게릴라 운동 지도자들의 영향력을 잠식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서방 국가의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이지 못했다.
CIA는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과 흔쾌히 동맹을 맺었다.
CIA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정부의 자금과 자기 재산으로 무기를 사고 아랍인 전사들을 데려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보고서를 보면, 1990년 아랍인 부대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왔을 때 그는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을 무너뜨린” 영웅으로 불렸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략했을 때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운 자신의 무자헤딘 전사들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어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이 제안을 거절했고 미군의 보호를 요청했다.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군 보호에 의존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비무슬림 군대가 이슬람 성지에 주둔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를 비난하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들려 했다.
빈 라덴은 1992년 수단으로 떠나야 했고 1996년 아프가니스탄으로 되돌아갔다. 1997년 CIA는 처음으로 그를 암살하려 했다.
1998년 8월 케냐와 탄자니아 미국 대사관이 폭탄 공격을 받자 미국 정부는 다시 빈 라덴을 암살하려 했다. 미국 정부는 수단의 알시파 제약 공장에 폭탄을 퍼붓는 것으로 보복했다.
미국 관료들은 열 달 뒤에야, 그것도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 공장이 테러 활동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제약 공장임을 인정했다.
미국 정부가 자신의 전 동맹들과 각을 세우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1996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을 때 미 국무부 대변인 글린 데이비스는 탈레반 정책들에서 “반대할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CIA 자금을 무자헤딘에 전달했던 바로 그 기구인 파키스탄 군정보국(ISI)의 후원을 받았다.
빈 라덴은 1989년 느슨한 게릴라 조직인 알카에다의 지휘권을 넘겨받았다.
9·11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하면서 빈 라덴을 잡는 것이 침략의 목표라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미국의 침략을 피하려고 미국 정부가 증거를 제시하면 빈 라덴을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빈 라덴은 그때부터 도피 신세였다. 전 세계적으로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여겨진 공격들이 연달아 발생했지만, 모든 증거들을 보면 이것들은 서방 군사 활동이 늘어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빈 라덴은 실제 행동을 지시하는 지도자라기보다는 상징적 존재였다.
10년 전 알카에다는 자신을 서방 제국주의 권력에 진정으로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세력으로 내세웠다. 다행히도, 상황은 변했다. 지금 중동에서 성장하는 대규모 항쟁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제국주의의 통제력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