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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빈익빈 부익부



지난 10월 18일에 6년째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살아가는 딸의 호흡기를 끈 한 아버지가 살인죄로 구속됐다. 그는 “딸이 3년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1억이 넘는 돈이 들어갔고 형편이 되질 않아 집으로 옮겼으나 병원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작년 11월에 태어난 한 아기는 부모가 가난해 인큐베이터 비용을 치를 능력이 없어 함께 태어난 언니를 잃고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채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건강보험료를 체납해 보험급여자격이 정지된 지역가입자가 2002년 말 현재 1백50만 가구에 달한다. 이 중 40만 가구는 사실상 보험급여 자격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강남 중심가에는 ‘서울대병원 헬스케어시스템 강남센터’가 문을 열었다. 가장 기본적인 검사만 해도 50만 원이 넘고 한 달 뒤까지 예약이 끝났다는 프리미엄 건강진단은 3백50만 원이 넘는다.

노무현 정부는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 병원을 짓고 건강보험법을 개정해서라도 순전히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을 세우려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또 이를 위해 민간의료보험을 확대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민간보험을 확대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계획은 곧바로 건강보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제가입제도를 선택가입제도로 바꾸고 병원을 공공보험과 민간보험 중 선택하거나 또는 이중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러면 부자들은 건강보험에서 탈퇴해서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보험으로 옮겨갈 것이고 좋은 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병원들은 돈 없는 환자들만 가입해 있는 국민건강보험과 계약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결국 소수를 위한 고급 의료서비스와 그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다수가 생겨날 것이다.

노무현은 전임자들이 닦아놓은 길에 서서 공공의료제도를 비롯한 각종 복지제도를 제물로 삼고 있다. 민간위탁으로 전환한 지방공사 의료원은 이익을 위해 의료보호 환자를 입원시키길 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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