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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레즈〉:
‘작은 거인들’의 투쟁과 승리의 기록

2006년 4월 19일 고려대에서 학생 일곱 명(강영만, 서범진, 주병준, 안형우, 김지윤, 오진호, 조정식)이 쫓겨났다. 고려대 당국이 병설보건대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보건대 학생들을 차별하는 데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본교’ 학생들이었다. 시위 도중 17시간 동안 보직 교수 아홉 명을 ‘감금’하는 ‘패륜’ 행위를 주도했다는 것이 출교의 이유였다.

출교 당한 학생 일곱 명은 본관 앞에 천막을 세우고 징계 철회 투쟁을 벌였다. 2008년 3월까지 무려 7백여 일 동안 계속된 이 투쟁은 신자유주의적 대학 ‘개혁’과 학생운동 탄압에 맞선 대표적 투쟁이었다.

출교생 7명은 무려 7백 일 동안 초인적 투쟁을 벌였다.

지난 3월 말 열한 번째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이들의 투쟁을 다룬 영화가 상영됐다. 고려대 영화 동아리 쿠벨바그 소속 선호빈 감독이 만든 〈레즈Reds〉다.

〈레즈〉는 출교 사태를 신자유주의적 대학 ‘개혁’의 과정 속에서 그린다.

고려대 당국이 말하는 “수요자(기업) 니즈(필요)에 맞는” 교육과 “글로벌 고대” 속에서 학생들의 권리는 철저히 배제됐다. 경쟁 강화로 학생들은 피가 마르는 고통을 느꼈고 학문은 기업의 필요에 종속돼 갔다.

출교된 일곱 명은 이런 변화에 반대하던 학생들이었다. 이 영화는 출교 조처가 이런 학생들에 대한 마녀사냥이었고 무엇보다 2005년 고려대 당국이 삼성 이건희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것에 반대해 학생들이 시위를 벌인 데 대한 보복성 징계였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압권은 당시 학생처장이던 성영신의 인터뷰다. 성영신은 학생들의 시위가 시대착오적인 “원시인”들의 “순수하지 못한 정치 쇼”라고 일갈한다. “학생운동이 왜 살아야 하느냐? 죽어야 될 때가 되면 죽어야 한다”면서 “미성숙한 학생은 미성숙한 대학으로 가라”는 것이 출교의 의미란다. 한 대학 학생처장의 의식 수준이 어쩌면 이토록 저급할 수 있나 싶다.

이렇게 〈레즈〉는 ‘명문 사학’ 고려대의 이면을 폭로한다. “글로벌 고대”를 외치며 축배를 드는 전 총장 어윤대의 기름진 얼굴은 지금 봐도 역겹다.

출교생들은 어윤대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가 시위했고 무엇보다 7백여 일 동안 본관 앞 천막 농성을 유지했다. 선 감독은 애정 어린 눈으로 천막 농성의 소소한 일상도 카메라에 담았다.

출교생들은 한여름에는 찜통이 되고 한겨울에는 입김이 나는 곳에서 먹고 자며 여름과 겨울을 두 번씩 보냈다. 위염과 무릎 연골 파열, 허리디스크는 농성 중에 얻은 병이었다. 말하진 못했어도 불투명한 투쟁 전망에서 오는 초조함도 작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이들은 이 투쟁이 자신들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특유의 발랄함과 낙관, 의지력으로 자신을 다잡고 어려움을 극복해, 결국 재판에서 출교 무효 판결을 받아내며 승리했다.

그런 점에서 이 ‘작은 거인들’의 이야기는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고 그래서 이 영화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카메라를 들고 출교생들과 동고동락하며 2년을 찍고, 그 후 3년을 편집해 77분짜리 영상으로 만든 감독의 정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현주

〈레즈〉를 볼 수 있는 법

● 선호빈 감독에게 메일을 보내면 DVD 구입을 문의할 수 있다. sunhobin@gmail.com

● 〈레즈〉 블로그를 통해서도 감독과 연락을 할 수 있다. http://sunhobin.tistory.com

● 6월 2일 7시 고려대 문과대 202호에서 고려대 영화동아리 ‘쿠벨바그’ 주최로 상영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