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지방정부’ 1년의 경험이 보여 준 쓰디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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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광범위한 선거연합을 통해 많은 당선자를 내는 실리를 얻었다. 이것은 일부 지역에서 ‘공동지방정부’ 구성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인천에선 구청장 두 명이, 경남에선 정무부지사가 공동지방정부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그러나 공동지방정부는 ‘민주당만 생색내게 하는 구실’을 했다. 인천시장 송영길은 굴업도 개발, 송도 갯벌 매립을 중단키로 한 합의를 파기하는 등 합의된 정책 중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공동지방정부는 진보정당의 정체성·독자성·차별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노동당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은 지난해 진보정당 후원 건으로 공무원노조 조합원 중징계를 요청했다가 징계 당사자와 진보진영의 비판에 직면해 수위를 낮춰 경징계를 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정부의 징계 지시를 그대로 각 자치구에 시달한, 공동지방정부의 파트너 인천시장 송영길에 타협하려 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출신 강병기 경남 정무부지사는 경남지역 버스요금 인상 과정에서 인상 폭을 최소화하려고 나름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업체들의 요구 등을 반영해 버스요금 8.4퍼센트 인상을 수용해버렸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도 이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 물가 인상으로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에 참가하고 있는 진보정당 간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수용한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사례는 강병기 정무부지사가 공동지방정부의 포로가 돼 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공동지방정부가 “자신의 정체성을 보장받지 못한 채, 개혁정당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그러나 이런 결과의 원인을 “진보정당의 역량 부족과 제도적 한계”에서만 찾으려 하고 공동지방정부 자체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김창현 위원장은 “연립정부든 공동정부든 그 자체가 절대선이요, 혹은 절대악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히 우리의 주체역량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앙
그러나 역사적으로 프랑스·스페인·칠레 등에서 등장한 민중전선의 연립정부들은 부르주아 정당보다도 사회당과 공산당이 더 강력했지만 마찬가지로 재앙으로 끝났다. 공동지방정부의 문제점은 진보정당의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계급의 연합을 추구하는 그 성격에서 나온다. 그것은 결국 노동자 진보정당을 마비시키며 부르주아 정당에 종속시켜 버린다.
예컨대, 민주노동당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은 “구청장의 경우 경영 마인드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남동공단 기업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남동공단 기업주들과 함께 중남미를 돌며 판로 개척에 나서 기업주들에게 “민노당 소속이라 걱정했는데 열심히 일해 고맙다”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공동지방정부의 이런 꾀죄죄한 결과를 보더라도, 진보진영은 내년 총선·대선에서 연립정부를 추진해선 결코 안 된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김창현 위원장이 우려한 “진보정당이 개혁진영에게 대중적 지반을 빼앗기고 공중 분해될 위험”을 가져오는 것은 특정한 조건 속의 연립정부가 아니라 연립정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