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노추의 ‘불안정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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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과 진보신당 독자파가 주도하는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새노추)가 세를 규합하고 있다.
새노추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촉구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재통합이 “그저 일부 상층에 의한 … 관료적 정치세력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비정규·불안정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자신들의 차별적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 지도부가 계급연합 전략과 분명히 선을 긋지 않고, 투쟁을 조직하려는 관점이 부족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고 연대하는 투쟁을 잘 조직하지 못했다는 점도 사실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 투쟁이 정규직 노조의 연대 부족으로 안타깝게 끝난 것이나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한 것은 이런 문제를 보여 준 최근 사례다.
하지만 진보정당 통합과 단결을 염원하는 정서가 단지 상층 노동조합 간부들만의 것은 아니다. 새노추가 ‘새로운 주체’로 주목하는 불안정 노동자들과 청년들 다수도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맞서길 바라는 심정에서 이런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좌파의 진정한 태도는 이런 단결 촉구 정서에 공감하고 진보통합 과정에 동참하면서 그 방향이 우경화하지 않도록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새노추는 진보신당을 주축으로 삼으려 하는데, 사실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당’이라고 비판하며 ‘비정규직 당’을 내세웠던 진보신당의 시도도 실패하지 않았는가. ‘사회연대전략’ 같은 정규직 양보론이나 주장하고, 막상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때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양보 교섭과 점거 중단을 요구했던 게 그 초라한 실체였다.
새노추는 “정규직 노동자 중심인 민주노총의 틀 속에서만 진보정치를 추구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청년실업자, 돌봄 노동자를 비롯한 불안정 노동자들” 등 미조직 노동자를 새로운 주체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조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는 것은 옳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영향력 속에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실과 투쟁의 잠재력을 무시하고, 그 밖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거나 투쟁을 건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민주노총 조직률이 10퍼센트대밖에 안 되지만, 영향력 있는 대기업 작업장에서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조직돼 있다. 이들의 힘과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최근 현대차 울산 1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공장 가동률을 절반 밑으로 떨어뜨려 〈월스트리트저널〉조차 “강성노조”에 두려움을 표했다.
〈조선일보〉가 ‘귀족노조’라며 비난한 민주노총 소속 정규직 노조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추고 점거 농성에 돌입하자 삽시간에 한국의 주요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자본가들은 사색이 됐다. 우리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에서 정규직 노조의 연대가 뒷받침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조직 노동자의 힘
이런 힘은 이들이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점하고 있는 지위 때문에 생긴다. 이들이 투쟁과 파업에 나서면 경제의 주요 부문이 멈추고 그 연쇄효과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지배자들이 틈만 나면 ‘고임금 정규직’의 투쟁을 비난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는 것도 바로 이 힘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 힘을 비정규직의 처지 개선과 다른 사회개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정규직 투쟁과 비정규직·청년의 이해관계가 대립할 이유가 없다. 좌파는 조직 노동자들의 중요성을 기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힘을 비정규직 연대에 사용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새노추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밖에서만 의미 있는 반신자유주의 대안을 건설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지만, 오랜 투쟁 속에서 단련된 경험 있는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민주노총과 이 노동자들 중 다수가 여전히 정치세력화의 주요 통로로 여기는 민주노동당(또는 통합 진보정당)을 우회해 강력한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건설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새노추가 내세우는 ‘불안정 노동자 정치세력화, 진보정치 혁신,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해서도 진정 필요한 것은 진보대통합과 선 긋기보다는 적극적 개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