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등록금 투쟁의 배경과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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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심상치 않던 등록금 투쟁이 상반기 내내 지속되며 대학 당국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학기 초에 반짝했다가 수그러든다는 뜻에서 '개나리 투쟁'이라 불리던 등록금 투쟁이 올해는 왜 이렇게 길고 완강하게 이어지고 있는가? 그 의의는 무엇이고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더는 못 참겠다
몇 천만 원씩 빚을 내고 피말리는 스펙 경쟁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 등록금 때문에 방학 내내 알바를 뛰고, 심지어는 학기 중에도 일을 하고, 휴학을 하는 등 정작 공부엔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나 준(準)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상황. 한국 대학생들이 처한 암담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청년·학생들의 절망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20대의 높은 자살률이다(사망원인 1위). 특히 카이스트 학생 다섯 명이 연쇄적으로 자살한 사건은 큰 충격을 안기는 동시에 한국 청년·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싸워볼 만하다
억압과 불평등이 있는 곳엔 저항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좌절과 분노만으론 대중적 저항이 일어나기 어렵다.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등록금 투쟁이 들불처럼 번진 데는 이명박의 레임덕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패배, 복지 담론의 활성화, 물가 폭등, 4.27 재보선 참패 등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킨 한편,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눈부신 승리가 전체 사회운동을 고무했다.
이런 토양 위에 서울의 주요 대학들에서 줄줄이 학생총회가 성사되고 점거투쟁까지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경제 위기
2011년 등록금 투쟁의 배경이 되고, 큰 틀에서 향방을 규정할 주 요인으로서 세계경제 위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정신나간 빚잔치가 파탄해 존망의 위기에 내몰린 자본가들을 각국 정부가 엄청난 액수의 공적자금을 퍼부어 살려 놓자, 자본가들은 그 때문에 크게 늘어난 국가 부채를 문제 삼으며 긴축재정을 주문하고 있다. 자신들이 초래한 위기의 댓가를 평범한 노동자·서민 대중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2009년에 벌어진 쌍용차 투쟁과 2010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투쟁 등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의 가장 가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들어 크게 악화한 물가지수와 전월세 대란, 하반기에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바야흐로 경제 위기의 쌍생아와도 같은 치열하고 광범한 계급투쟁이 머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구심
'경제 대통령' 이명박의 철저한 서민 경제 파괴에 대한 대중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 관건은 대중투쟁의 구심을 마련하는 것인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등록금 투쟁이 그 구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등록금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획득한 사안이며 노동계급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 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투쟁의 지속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각 부문의 투쟁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크고 단단한 대오를 만들려는 활동가들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 생각으론 서울대 법인화 반대 투쟁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 저지 투쟁과 등록금 투쟁이 연대해서 학생 대오를 결속하는 게 학생운동의 중요한 과제다.
노동운동은 유성기업 투쟁을 지원하면서 각 작업장 임단협 투쟁과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연대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렇게 ‘강부자’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투지가 결집된다면, 제 2의 촛불, 현실화시킬 수 있다.